[앵커]
정부 부처 산하 연구센터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차마 말로 옮길 수 없는 낯뜨거운 성희롱을 해 해임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건을 처리하는 징계위원회가 피해자 명단을 가해자에게 공개하면서, 2차 피해까지 낳았습니다.
송재인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이 연구소의 한 센터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성희롱해온 사실이 뒤늦게 신고됐습니다.
성관계 횟수를 묻는 것은 예사였고, 회식자리에서 예술 작품을 언급하면서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하는 것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신체 부위를 평가하고, 성기를 연상시키는 건배사를 수시로 언급했습니다.
센터장의 이 같은 언어 성폭력은 지난 2015년부터 2년 반이나 이어졌습니다.
[신진희 / 변호사 : 상급자가 그렇게 (성희롱을) 했을 때 어떻게 해야지, 라고 바로 판단하고 항의하고 이러기 쉽지 않은 거죠. 지위 차이에 따라서….]
참다 못한 직원들이 연구소에 문제를 제기했고, 피해를 진술한 사람만 12명이나 됩니다.
센터장은 결국 해임됐지만, 성폭력 조사를 한 연구소 태도도 문제입니다.
가해자인 센터장이 요구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들의 명단을 넘겨준 겁니다.
과기부는 성폭력 예방 지침에서 사건 처리에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피해자 신원 공개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데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넘겨준 이유가 더 가관입니다.
[국가보안기술연구소 관계자 : 가해자가 방어권을 주장하면서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해서…. 피해자 대표가 동의해서.]
신고자 명단을 넘겨받은 가해자는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회유를 시도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만나서 얘기하자는 등의 가해자 전화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일이 커지면 모두가 곤란해진다는 협박성 연락까지 받았습니다.
[김성태 / 자유한국당 의원 : 신고자 정보 보호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이전에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공간 분리와 유급휴가 명령 등 기관 차원의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2년 넘게 묵혀오다 겨우 드러난 성폭력.
안이한 대처로 2차 피해까지 일으킨 정부 산하 기관의 태도가 우리 사회의 성인지 감수성을 그대로 드러낸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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