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포는 쇠고기를 얇게 저며서 말린 포를 말하며 안주 중에 첫째로 꼽는다. 쇠고기 육포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가장 흔한 것이 진장을 치고 주물러 말린 장포인데 우둔살을 되도록 넓게 결대로 길게 떠서 육폿감을 만든다. 다진 고기를 양념하여 말린 편포는 큰 덩어리로 만들면 고기가 상하기 쉬우므로 작게 빚는 대추포나 칠보편포로 만드는 것이 좋다. 얇게 뜬 육폿감에 잣을 소로 넣어 만두처럼 만든 포쌈도 있다.
육포는 대개는 간장(진간장)으로 간을 하는데 소금 간을 한 것은 염포라고 한다. 육포감으로는 기름이 적고 연한 살코기인 볼깃살을 결대로 도톰하게 썰어서 마련한다. 물론 한우가 맛이 월등히 좋다. 미국산 육포는 너무 두껍고 단단할 뿐 아니라 싱거우며 중국산은 연하고 부드러우나 너무 달고 독특한 항신료 냄새가 나서 우리나라 사람 입맛에서는 잘 맞지 않는다.
육포는 귀한 음식이라 예전에는 폐백 음식으로 많이 사용했다. 장포를 고이거나 큼직한 편포에 청홍 띠를 두르고 실에 꿴 대추와 함께 올린다. 편포는 다진 고기를 양념하여 큼직하고 갸름하게 두 덩이를 만들어 겉에 잣가루를 뿌려서 말리는데 날고기를 다져서 만들기 때문에 쉽게 상한다.
안줏거리로 만드는 편포에는 대추편포와 칠보편포가 있다. 대추편포는 다진 고기를 양념하여 대추알만하게 빚어 끝에 잣을 하나씩 박는다. 칠보편포는 지름 4cm로 동글납작하게 빚고 위에 잣 일곱 알을 꼭꼭 눌러서 박는다. 포쌈은 넓게 뜬 육폿감을 양념하여 도마에 놓고 잣을 예닐곱 개 놓고 접어서 고기를 맞붙인 다음 반달 모양으로 오려서 가장자리를 꼭꼭 눌러서 말린다. 말리는 도중에 잣이 빠지지 않도록 깊이 박는다.
육포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되어 원시 수렵 시대에 먹고 남은 고기를 높은 데 걸어 놓으면 자연 건조되어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터득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고려 때 문헌인 『고려도경』에는 송나라 사신 서긍에게 대접한 술상에 육포와 어포가 차려져 있었다고 씌어있다.
제물의 기본은 주·과·포(酒果脯)인데 그중 으뜸으로 치는 것이 육포이다. 물론 혼례나 환갑 등의 잔칫상에도 반드시 올리는 음식이었다.
조선조 궁중의 잔치에는 ‘절육(截肉)’이라 하여 쇠고기 포와 꿩·닭의 포, 말린 어류, 조개류 등을 한데 고이는데, 1척 5촌(50cm 정도)의 높이로 잔치 음식 중 가장 높이 고였다. 고종 때 잔치에 올린 ‘편포 1첩, 황포(黃脯) 3첩 15립, 황대구 7마리, 백대구 18마리, 광어 13마리, 사어(모래무지) 9마리, 오징어 3첩 5개, 강요주(江搖柱) 7첩 20개, 전복 63개, 추복(搥鰒) 9첩, 문어 2마리, 다시마 9립, 실백자 2승 7합’을 한 데 고였다. 편포와 황포는 쇠고기 육포이고, 나머지는 거의 건어물이다. 육포와 어포 등을 차례로 고인 후에 문어, 오징어, 전복 등을 거북이, 봉황, 새, 꽃 모양으로 오려서 화려하게 장식하고 다시마와 잣도 고명으로 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