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우산 두 개를 사서 돌아오며 은서를 보니 그녀는 무릎에 얼굴을 푹 파묻고 강만 보고 있다. 세는 우산을 펴서 은서의 손에 쥐어주고 자신도 우산을 펴 썼다. 빗발은 굵어서 여기저기 벌써 빗물이 고였다. 앉아 있는 곳이 시멘트 바닥이 아니고 흙이었으면 옷에 다 흙물이 번졌으리라.
얼마가 지나서 은서가 세를 바라봤다.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줄까?˝ ˝무슨?˝ ˝어떤 여자가 …… ˝ ˝ …… ˝
은서는 얘기를 하다가 그만 입을 다물어버렸다. 세는 그런 은서를 잠깐 쳐다보다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어떤 여자가 어쨌어?˝
불이 붙은 줄 알았는데 담배불은 그냥 꺼져버렸는지 빨아도 불꽃이 일지 않았다.
˝아무 얘기도 아니야.˝ ˝그래도 해봐˝ ˝그냥 어떤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비가 오는 날 그 남자를 만났는데 남자가 가게에서 우산을 두 개 사오더래.˝ ˝ …… ˝ ˝그것이 그렇게 슬프더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