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비에 속옷 젖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오는 듯 오지 않는 듯 대지를 적셔 주기에 사람들이 흔히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가 낭패를 보곤 하지요. 사랑도 그런 것 같습니다. 저 자신도 모르게 다가와 어느 순간 눈을 떠 보면 이미 마음마저 홍건히 젖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맙니다. 차라리 소낙비 처럼 강렬하게 쏟아 진다면 그에 대한 준비를 미리 할수도 있으련만 사랑은 대부분 가랑비 처럼 슬그머니 다가와서 대책없이 당하기 일쑤 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속옷이 좀 젖으면 어떻습니까. 우리의 가슴이 사랑의 고뇌로 온통 멍이 든다 한 들 또 어떻습니까. 마른 땅에는 비가 내려야 하듯 우리 삶의 대지를 촉촉히 적셔 줘 급기야 인생의 꽃을 활짝 피워 줄 사랑을 거부한다면 대체 우리의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