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는 언제나 특정한 순간만을 그림으로 옮겨 놓았다. 그렇지만 그 순간 이전에 어떤 일이 일어났고, 그 순간 이후에 뭔가 계속 이어져 나갔으리라는 것을 난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집 옆에 커다란 상자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그림이 있었다. 난 그것이 어떻게 그곳으로 왔고, 그 안에 무엇이 포장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소들이 누구를 쳐다보고 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막스는 그런 것을 굳이 그려 놓지 않았지만....
전에 언젠가 그가 한 말, 그때는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그 말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그림들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어야 해. 나한테도 그래. 어쩌면 나 보다 다른 사람들이 내 그림 속에서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발견해낼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런 다음 그는 한 마디 이렇게 덧붙였다.
난 다만 채집가일 뿐이야. 순간을 채집하는... 이제야 난 그때 그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 퀸트 북홀쯔 <순간을 채색하는 내영혼의 팔레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