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을 생각하면 오래된 사진처럼 떠오르는 모습이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의 송북초등학교, 서산으로 뉘엿뉘엿 지는 해를 등진 채 어린 아이를 업고 흐르는 땀방울을 닦을 겨를도 없이 무용을 가르쳐주시던 1학년 3반 담임 홍종숙 선생님...
그날 저는 오후반이었죠. 일 나간 엄마가 돌아오길 기다리는데 학교 갈 시간이 다 돼도 엄마는 오지 않고 딱히 동생들을 맡길 만한 곳도 없고 생각다못해 어린 동생과 함께 학교에 갔습니다. 추석이 다가올 무렵 가을 운동회 연습이 한창이었는데 동생을 업고 등교한 저를 보고 선생님께선 조금 당황스런 표정이셨지만 이내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셨습니다. 다른 선생님들 같으면 운동장 한켠에 동생들과 함께 두거나 집으로 돌려보냈을거란 생각도 잠시 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선생님께서는 제 동생을 받아 업고는 ˝선경아, 너도 함께 무용연습 하는 거다˝라고 말씀하셨지요. 정말이지 그땐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