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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 ||||||||
35년의 마감 또로로 | 2020.03.11 | 조회 264 | 추천 2 댓글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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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묘한 수법과 섬세한 문장이 특징인 독일 작가 볼프강 쾨펜(Wolfgang Koeppen)은 1959년 출판업자 지크프리트 운젤트(Siegfried Unseld)에게 소설 한 권을 집필하기로 약속했다. 운젤트는 35년 동안이나 쾨펜의 원고를 받기 위해 애썼지만 쾨펜은 매번 운젤트로부터 새로운 마감날짜를 받는 데 성공했고, 약속했던 원고는 끝내 운젤트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다음은 쾨펜이 그 기간 동안 운젤트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다.
1961년: "약속했던 장편소설의 제1권을 3월 말까지 끝낼 수 없을 겁니다." 1963년: "5월말에, 아무리 늦어도 6월 15일에는 끝내려고 합니다." 1966년: "원고? 네. 6월. 6월말." 1968년: "다시 집필을 시작했고 4~6주 후면 완성될 것 같습니다. 믿지 못하시겠죠. 이해합니다. 그런 불신조차 박차로 여기겠습니다." 1971년: "4월 말에 끝날 겁니다. 이번엔 정말입니다." 1974년: "별 일 없으면, 올 연말에 완성된 원고를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78년: "제발 제게 맡겨 주세요. 언제 어떻게 원고를 끝낼지 지금 당장은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6월 13일까지 끝내기로 결심했지만 지켜지리란 보장은 물론 없습니다." 1981년: "6월부터 한 줄도 못 썼다고 말했지만 그냥 해본 소리였습니다. 당연히 썼고 쓰고 있습니다." 1992년: "죄송합니다만, 2월 1일에 끝내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1995년: "친애하는 지크프리트, 집필 중인 책은 물론이고 다른 책들도 모두 마무리할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원고를 쓸 수 있게 방해하지 말고 저를 가만히 내버려두십시오." "예나 지금이나 작가들의 원고를 받아내기란 징하게 어려운 일이지요." 어떤 출판사의 편집자는 이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세상에는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는 법인 걸요. 최종 기한이 정해져 있을 경우 일에 더 집중하는 현상을 데드라인 효과(deadline effect)라고 합니다. 데드라인이 필요한 이유이지요. 하지만 데드라인이 사람에게 엄청난 압박감을 주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분초를 다투는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조금은 여유를 갖는 지혜가 필요할 듯합니다. '까짓것 조금 늦으면 어때?' 하는 마음으로 말이지요. *작가나 출판사나 대단하네요! 여유를 갖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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