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선조들은 인생의 행복조건으로 수(壽) 부(富) 강녕(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의 5복(五福)을 꼽았다.
때로는 유호덕 고종명이 귀(貴)나 자손중다(子孫衆多)로 대치되기도 한다.
오복에는 오래살면서 생활이 풍족하고 건강하면 이웃을 위해 봉사한 뒤 자기집에서 편안히 일생을 마치기를 바라는 소망이 담겨 있다.
´수´가 제일 먼저 등장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장수가 가장 큰 소망임을 얘기해 준다.
´연산군일기´에 보면 강원도 강릉 우계현에 1백4세나 되는 어물이(於勿伊)라는 노인이 살았다.
왕이 장수비결을 듣고 싶었던지 1499년 그를 대궐로 불러올렸다.
먹는 음식을 묻자 노인은 ˝매일 3-4차례 식사를 하고 술을 마셔도 숨이 가뿌지 않다˝고 대답했다.
˝말은 분명하나 귀가 약간 먹었다.
후히 하사품을 주어 보냈다˝는 사관의 기록도 덧붙어 있다.
풍류군주 연산군이 장수에 이처럼 관심을 가졌다는 것도 흥미롭지만 노인에게서 아무런 장수비결도 듣지 못한 그가 느꼈을 낭패감을 생각하면 재미있다.
이름만 보아도 노인은 평범한 산골 하층민에 틀림없는데 1백세 넘게 살고 5복중 덕정(德政)을 펴지 못한 탓으로 왕위에서 쫓겨나 교동도에서 30세에 병사해야 했던 연산군은 그 노인의 평범한 생활에서 무엇인가 배웠어야 했다.
서울대 박상철 교수팀이 전국 1백세이상 노인 63명의 생활습관을 조사했더니 그들이 의외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충분히 잠을 자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며 맵고 짠 음식도 가리지 않을 뿐만아니라 데친 채소나물을 즐겨먹고 5명 가운데 1명 꼴로 담배나 술도 즐기고 있었다고 한다.
대부분 산간지방에 살며 낙천적 활동적이라는 것도 특징이다.
한마디로 욕심부리지 않고 자연속에서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산 ´어물이´ 노인 같은 사람들이다.
장자(莊子)는 욕심에서 비롯된 억지의 삶을 가장 어리석은 삶이라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요즘 물고 뜯는 권력투쟁에 돌입한 정객들이 새겨 두어야할 장수비결이 이것이 아닌가 싶다.
1백세는 못되더라도 천수(天壽)를 누리려면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