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라도 남기고 가지
-정희정-
바람과 동반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창문을 두드리고 흔들어
조금 열어 놓은 창문이 닫혔다.
허공을 마구 그어댄 소낙비로
가시거리는 뻥 뚫리고
비가 그친 것 같아 창문을 열어보니
창문을 두드린 바람과 비는
저만치 가버린 뒤였다.
나한테 무슨 할 말이 있어
창문을 두드렸을 텐데
말하지 못하고 가버렸구나
이름이라도,
남기고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