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 마종기- 작은 호수가 노래하는 거 너 들어봤니 피곤한 마음은 그냥 더 잠자게 하고 새벽 숲의 잡풀처럼 귀 기울이면 진한 안개 속에 몸을 숨긴 채 물이 노래하는 거 들어봤니? 긴 피리 소리 같기도 하고 첼로 소리인지 아코디언 소리인지 멀리서 오는 밝고 얇은 소리에
새벽 안개가 천천히 일어나 잠 깨라고 수면에서 흔들거린다 아, 안개가 일어나 춤을 춘다 사람 같은 형상으로 춤을 추면서 안개가 안개를 걷으며 웃는다 그래서 온 아침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우리를 껴안는 눈부신 물의 메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