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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요양병원 불… 암흑 속 고령환자들 “살려달라” 비명만
문제덩어리 | 2019.09.24 | 조회 359 | 추천 0 댓글 0

50여분 만에 2명 사망 47명 부상 큰 피해 / 건물 안전검사로 전기 공급 차단 / 병원 수동 산소공급 중 사고 의심 / 병실 가까운 4층 보일러실서 ‘펑’ / “휴지로 환자들 입 틀어막고 버텨” / 스프링클러 미작동 人災 가능성 / 경찰, 담당직원 과실 여부 조사

24일 경기도 김포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47명이 다쳤다. 입원 환자 상당수가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데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4층 보일러실과 병실이 가까워 피해가 컸다.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 등은 병원 직원이 보일러실 내 산소공급 탱크를 수동으로 작동하는 과정에서 불이 났다는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해 과실 여부를 규명하고 있다.


◆4층 보일러실 발화 추정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화재는 오전 9시3분쯤 풍무동 김포요양병원에서 발생해 50여분 만에 꺼졌다. 이 불로 입원 중이던 환자 A(90·여)씨 등 2명이 숨지고 47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인근 11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8명은 중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난 건물은 지상 5층, 지하 2층에 연면적 1만4814㎡ 규모다. 요양병원은 이 가운데 지상 3∼4층을 쓰고 있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관할소방서 인력 전체가 출동하는 경보령인 ‘대응 1단계’가 발령됐고 펌프차 등 장비 51대와 소방관 150여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소방당국은 요양병원 4층 보일러실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했다. 권용한 김포소방서장은 화재 현장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기 안전검사로 건물에 전기가 차단돼 병원 측이 수동으로 산소를 공급하려다가 어떤 원인으로 인해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이 입주한 건물은 전기안전공사가 오전 9시쯤 건물 전체의 전기를 끊은 상태였다. 이에 병원 관계자가 집중치료실 환자에게 자동으로 공급되던 산소를 개별 공급하기 위해 보일러실 내 관련 장치의 밸브를 열었고, 이때 가스가 새면서 폭발음이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서장은 “육안으로 봤을 때 보일러실에 산소탱크 4∼5개가 있었는데 이를 수동으로 열었던 게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김포경찰서는 정확한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수사전담팀을 꾸리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환자 이송 24일 오전 경기 김포시 풍무동 5층 건물 4층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긴급출동한 소방대원과 의료진이 입원환자를 구조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고 있다. 김포=뉴시스

◆50분 만에 49명 사상자 발생, 왜 피해 컸나

불은 오전 9시55분쯤 완전히 꺼졌지만 적지 않은 사상자를 냈다. 소방당국은 병원의 초기 진화 실패와 함께 발화점과 10m가량 떨어진 병실 위치로 인해 피해가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의무시설인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하지 않아 인재의 가능성도 제기된다.

최초 보일러실에서 불이 났을 때 순식간에 화염이 번지면서 자체 진화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화재 시 소화 약제를 뿌리는 자동확산소화장치가 천장에 설치돼 있었지만 작동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권 서장은 “병원은 지정된 곳에 스프링클러를 제대로 갖췄으나 화재 당시 작동되지 않았다. 다만 비상벨은 울렸던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이 병원은 지난해 11월 마지막으로 안전조사를 받았으나 그 결과는 파악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130여명의 입원환자 대다수는 거동이 불편해 자력 대피가 어려웠다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입원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이송을 위해 요양병원 1층 주차장에 대피해 있다. 강승훈 기자


병원과 연결된 1층 주차장은 긴급대피한 환자들로 마치 전시 상황을 방불케 했다. 마스크를 쓴 환자들은 침대나 휠체어에서 담요를 덮은 채 다른 병원 이송을 기다렸다.

화마는 병실로 번지지는 않았지만 연기가 빠르게 퍼진 데다 전력까지 꺼져 병원 안은 암흑상태였다고 환자들은 화재 당시 상황을 전했다. 70대 중반의 전모씨는 “‘펑’하는 소리와 함께 닫힌 문 사이로 검은 연기가 들어와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며 “일부는 수건을 이용해 어떻게든 버티려고 했는데 대피할 방법이 없어 공포에 떨어야 했다”고 말했다.

다른 환자는 “너무 무서웠다. 살려 달라고 소리를 지르는 방법밖에 없었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간병인 박모(70)씨는 “일단 휴지를 뽑아 환자들의 입을 틀어막고 한 명씩 휠체어에 태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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