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든, 안보이든, 심하든, 안심하든, 결혼 준비 중에 어떤 형태로든 싸움은 있을 수 있지만 간혹 쉽게 끝낼 수 있는 다툼을 더 크게 만드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바로 사소한 ‘말 한마디‘ 때문이다.
결혼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몰라서 안 하는게 아니고 쑥스러워서 못하는 말 한마디, 해서 안 될 줄 알지만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큰 실수로 번지는 말 한마디가 결혼을 재고 할 만큼 큰 파급력을 지녔다는 것을 잊지 말자. 사랑을 속삭이던, 그 달콤하던 입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무기가 되어 나를 찌른다는 것, 소름끼칠만큼 끔찍한 일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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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디 말보다 한번의 하이킥........권장하지는 않습니다. <출처= MBC 지붕 뚫고 하이킥> |
내가 뭐가 아쉬워서
특히 여성 관련 포털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문장이다. 최근 유명 여성포털에서 화제가 된 글의 주인공의 이야기에는 “사실 남자친구가 조건도 많이 딸리고 준비가 많이 안 된 상태인데.. 저희 엄마께서도 탐탁치 않아하시고.. 구구절절” 다음은 안 봐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가 열거되어 있다.
결혼이 아무리 현실이라지만 있는 조건 없는 조건 다 재가며 ‘내가 밑지는 결혼 한다’는 심보를 안고 있는건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닐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은연중에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일도 숱할 터, 뒤집어 생각해 보자. 상대방은 뭐가 그렇게 아쉬워서 당신을 만나고, 결혼을 결심했을까.
왜 너만 생각해?
본능적으로 자신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이 인간이지만 자신이 스스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왜 넌 날 생각해주지 않느냐고 불평하게 되는건 아닐까.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상대방도 나에 대해 “난 최선을 다해 널 생각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 있다.
또, 차라리 나를 조금만 더 배려해달라는 부탁이면 모를까, 같은 의미의 말을 신경질적으로 던져 좋을 것은 없다. 괜한 싸움만 일으킬 뿐, 서운함을 신경질적으로 표현해봐야 얻을게 없다는건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너 맘대로 해
이런 무책임한 단어가 세상에 또 있을까? 막상 결혼이 다가오니 도망치거나 미루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더라는 경험자들의 이야기는 가끔 있지만, 그래서 한명의 의지대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는 사람은 보기 힘든, 아니 볼 수 없는 케이스다.
“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야”라는 대답을 동반하는 말, “난 모르겠으니까, 난 할 만큼 했으니까, 난 질렸으니까”를 핑계 삼은 “너 맘대로 해”.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이다. 같이 하기로 약속했고, 같이 해야 한다는 걸 안다면 저런 무책임한 말로 상대방을 주저앉게 할 필요는 없다.
너희 집은 왜..
결혼 전이나 결혼 후나 대화중에 끌여 들여 좋을 것 없는 화두 1위는 시댁, 처가 이야기다. 좋은 얘기든, 싫은 얘기든 안 꺼내는게 상책이지만 이야기를 나누어야 할 상황이라면 제발 남의 집안 깎아내리는 말은 꺼내지 말자.
“부모 욕하는 건 참아도 내 욕하는 건 못 참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이 땅의 많은 자식들은 자신이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효녀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다. 그 자부심이 없다한들 세상에 제 집안 들먹이며 무시하는 사람에게 주먹 내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 결혼 안 해!
치명적이다. 끓어오르는 분노와 폭포수처럼 흐르는 눈물을 수반하는 이 말은 자존심 싸움, 상대방에 대한 무시를 떠나 둘의 사랑이 결국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명제와 다름없다. 무심코 라도 이 말이 튀어나온다면, 스스로의 인격을 탓해볼 이유가 충분하다. 결혼 약속 전에도 “우리 헤어져”를 밥 먹듯이 내뱉었을 확률이 높으며, 그만큼 사리분별에 무능하고 제멋대로인 성품이 분명하다.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해도 될 말이 있고, 안해야 될 말이 있는거야” 라고 조목조목 따지며, 혹시 당신이 상대방을 할퀴고 있는건 않는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다. 상대방도 나 못지않게 소중하고 좋은 사람임을, 무엇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매순간 떠올려야 함이 옳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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