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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 ||||||
맞선남은 검색중 꼬잉꼬잉 | 2011.07.13 | 조회 7,082 | 추천 9 댓글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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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몇 달 전이었고 또 한 번은 아주 최근이었는데요.
두 번 다 전혀 다른 경로를 통해서 만나게 된
서로 상관없는 분들이었는데 말입니다.
두 번 다, 남자분들이 만나자마자 하는 첫 말씀이
"제가 그 쪽을 검색해 봤는데요...."인 겁니다.
예...
그러니까 지금 드리는 이 사연은 저의 망한 소개팅이야기이자,
소개팅/맞선 나가서 이런 것 좀 하지 말아 주십사 하는 부탁의 말씀이에요.
저는 이게 너무 싫었거든요.
서로 생전 처음 만난,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내가 네 조사를 해 봤더니 다 나오더라."
이렇게 얘기하는 걸로 들려서요.
물론 저도 검색합니다.
저도 궁금하니까요.
그치만 첨 만난 사람 앞에서 대놓고 그런 소리는 하지 않아요.
이 분들이 자꾸 이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혹시 제 직업때문일까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저는 프리랜서형태로 일을 하거든요.
그래서 보통 대화가 어떻게 이어지냐 하면요.
"프리랜서시라면서요?" --> "그래서 검색을 해 봤더니.."
--> "이런저런 게 좌르르 나오던데요?" --> 끝. 저라는 사람이나 제가 하는 일 자체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도 아니고,
더 이상 무슨 대화다운 대화가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많이 찾아냈다고 자랑하고 끝이에요.
그러니까 전 여기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뒷조사를 잘 했다고 칭찬해줘야 하나요?
불쾌하다고 정색을 해야하나요?
소개해주시는 분들이나 소개받으신 남자분들이나,
일반적인 직장에 다니시는 분들이라서
'프리랜서'에 대한 환상이 있어 그런 것일까요?
그러니까 검색도 해 보는거고..?
“네 이름으로 된 성과물이 많이 나오더라,
너 알고 보니 잘 나가는구나.” 라고 좋은 뜻으로 말씀했을 수도 있겠다 싶지만,
나이가 있고, 일을 한 지 오래 됐으니까,
성과물이 많이 나오는 건 당연하지요.
안 그러면 어떻게 먹고 살겠어요.
제가 잘나가서도 아니고 그냥 성과물이 노출되는 제 밥벌이의 특성때문인걸요.
남들 보기에 특이할지 몰라도 저한테는 그냥 일이에요.
그러니까 제 직업을, 제 이름을 무슨 특이한 검색어 정도로 취급하는 것도 싫구요.
궁금하고 신기하면 걍 직접 물어보시지..
제가 완전 자세히 설명해 드릴 수도 있는데요.;;
검색으로 잡히는 그 단편적인 이야기를 몇개 캐내서는
"나는 너를 다 안다." 하고 앉아 있는 사람과
마주 앉아 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디다.
생전 처음 만난 사람이 생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내가 네 경력을 다 뒤져봤지. 훗."라고 의기양양하게 들이대는 게 가장 싫어요.
몇달 전에 선봤던 분은,
남자분 본인 뿐만 아니라
남자분의 어머니까지 저를 검색해 보셨다고 말을 전하더라구요.
그 얘기를 왜 나한테 하는건지..
저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제 사진까지 찾아냈다고 자랑을...
어머니랑 지금 같이 보고 있다고...
(근데 왜 그 뒤로 연락은 끊긴거니...--;;)
아. 어쩌라고..
최근에 만난 분은 선 자리에서만이 아니고
집에 가서도 문자를 보내서 하는 얘기가..
집에서도 저를 계속 검색중이라고.. -_-;
대체 뭘 찾아내고 싶은 걸까요?
뭔지 몰라도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물어보는 게 예의 아닐까요?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가 인터넷에서 제 뒤를 계속 캐고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불쾌, 불안해져요.
검색하는 거야 본인들 자유고,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는 알고 만나러 나가는 게 좋겠죠.
그치만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네 뒷조사를 이렇게 자세하게 했다!
너 이런 사람인거 내가 다 안다!!" 자랑하는 걸로 끝날 거라면
검색은 진짜 좀 참아 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님, 진짜 표정 짓기 곤란하니, 그런 말이라도 말던지..
진짜로 (좋은 의미에서) 흥미로운 걸 찾아내서 꼭 물어보고 싶으면,
검색했다고 하지 말고 주선자한테 들었다고 하면 되잖아요.
상대방은 데이터베이스도 아니고 로봇도 아니고 사람이잖아요.
오늘 선자리에서 생전 처음 만난 사람.
안 그래도 무서운 세상인데,
첨 만난 자리에서 “내가 너에 대해서 다 알고 있다.”고
으쓱거리는거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에효..
그렇게 그렇게 저는 며칠 후..
쓸쓸히 나이만 한 살 더 먹을 에정입니다...
흑..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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