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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등산장비)동대문 장비점
빙글빙글 | 2011.09.11 | 조회 11,197 | 추천 0 댓글 0
 















동대문시장 등산장비점으로 장비를 구입하러 가는 전문 산꾼들은 그저 “동대문 간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장비점 하면 일반인들에게는 남대문 상가지구의 등산장비점이 주로 알려져 있는 반면, 암·빙벽 등 전문등반을 즐기는 산꾼들은 아직도 대부분 ‘동대문’을 선호하는 편이다.


동대문 장비점을 두고 ‘전문등산장비의 메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이는 초창기 산악운동 시절부터 전문 산꾼들과 맺어진 인연 때문. 동대문 장비점은 그 이름에서 짐작되는 위치보다 조금 떨어진 종로 5가와 청계 5가 사이에 있다.


특히 종로 5가는 도봉산으로 가는 12, 13번 버스가 출발하던 곳. 이 언저리에서 약속을 하거나 모임을 갖게 되니 자연스레 산꾼들의 발길이 이어졌던 것이다. 또 실제로도 암·빙벽 등 전문등반 장비들은 일반 등산동호인이 주 고객층인 남대문보다 훨씬 다양하다. 그래서 동대문 장비점에서는 젊은 날 산악활동을 왕성히 하던 원로들이 향수처럼 드나드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뜨내기 손님들이 주름잡는 남대문과는 아주 대조적인 현상이다.


80년대 중반 번성, 이후 침체기


군용장비를 취급하던 동대문에 등산장비점이 생긴 것은 1960년대 중반 무렵이다. 동명산악이 66년에, 곧이어 유진레저스포츠도 등산장비점으로 전환하면서 효시가 되었다. 당시 등산장비점은 9개 정도. 현재 동대문에서 가장 오래된 곳은 69년에 생긴 종로산악이다. 종로산악은 32년 동안 네 번의 이사 끝에 지금의 자리를 10년째 지키고 있다. 종로산악 이수강 여사(61세)에 따르면 동대문은 이후 장비점이 계속 증가해 80년대 중반까지 제법 번성기를 누렸다고 말한다.











1970년에는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동대문종합상가 일대에 고속버스터미널이 생기면서 동대문시장이 각 지방에서 올라오는 소매상들의 집결지로 활성화되자 그후 이곳의 등산장비점들도 덕을 톡톡히 보았던 것.


설악, 동진, 대영, 에베레스트, 현대 등이 모두 이때 생긴 장비점들. 80년대 등산장비점을 시작한 승희산악의 서병수(46세) 사장은 “버너 등 배낭, 텐트 등 물량이 딸렸다”며 “장비점들은 모두 이때 돈을 벌었다”고 말한다. 70년대 생긴 장비점 중에서 현재 남아있는 곳은 동진과 설악, 현대 정도다.


그러나 이수강씨는 88년 무렵 이후 점차 장비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해 90년에 본격 시작된 취사야영금지 조치 이후 급격히 타격을 입었고 이것이 다시 IMF를 통과하면서 지금 장비점 시장은 회복 불능상태라는 비관적인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텐트 한 동이 쉽게 팔리지 않는다는 요즘 주력 매출 품목은 의류. 또한 소매만으로는 운영이 힘들어 대부분 장비점들이 지방 소매업자를 상대로 도매를 하고 있다. 국내 등산장비점 시장은 제조업체들의 직영매장이 점차 생겨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제조업체로부터 장비를 받아 운영되는 영세 장비점들은 고객확보와 영업력이 더욱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동대문에는 80년대 생긴 금강레저스포츠, 합동산악, 승희산악, 동방레저스포츠, 한국레저스포츠 등과 90년대 생긴 캠프월드, 청산산방을 포함해 약 스물 여섯 개의 장비점들이 상권을 이루고 있다. 장비점들은 아직 IMF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것은 손님들의 쇼핑 경향을 보고 알 수 있다는데 예전에 비해 신중하고 많이 잰다는 것.


순수 전문등산장비점은 다섯 개 정도


한때 많았다는 장비점의 자체 브랜드도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동진레저의 프로자이언트와 블랙야크, 청산산방의 다나우모, 승희산악의 퍼펙트 정도뿐.









자체 브랜드는 장비점을 운영하며 쌓은 안목을 십분 반영해 자신의 고객들에게 고품질의 제품을 저가에 공급함으로써 더 많은 수요를 만들어내려는 전략적 차원에서 효과를 노렸던 것. 두 개의 자체 브랜드를 토털 상품화시키는 데 성공한 동진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청산산방은 다나우모의 직영점을 내며 동대문에 들어온 예이고, 승희의 경우 퍼펙트라는 브랜드가 있지만 워낙 다양한 브랜드를 함께 취급하기 때문에 자체 브랜드를 크게 내세우고 있지는 않고 있다. IMF를 겪은 지금 동대문의 장비점은 6년 전에 비하면 절반 정도가 주인이 바뀌었다.


또한 일반 캠핑용을 함께 취급하는 아웃도어 겸 등산장비점이 대부분이고 순수 전문등반 장비를 취급하는 곳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힌다. 그러나 70∼80년대 전성기를 누리며 단골을 확보해온 터줏대감격인 장비점들이 몇몇 남아있고 동대문만 고집하는 산꾼들이 적잖이 많아서 전문등산장비점의 메카라는 명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글·이정숙 기자 사진·장병희 기자>


● 동대문 장비점 가는 길


지하철과 버스편이 많은 종로쪽이 편하다. 1호선 종로 5가역 사거리에서 동대문 시장 방면쪽으로 내려가다 백화점약국 앞에서 우회전 하면 등산장비점 골목이 나온다. 4호선을 이용하면 동대문역에 내려 이불상가와 외환은행 방면으로 나와 종로 5가 쪽으로 5분 가량 걸어가다가 백화점 약국 앞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동대문 장비점 중심가다. 종로 5가 버스 승차장이 백화점약국 가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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