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컵은 안 되고 종이컵은 되고?
법을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자원재활용법 제10조와 같은 법 시행규칙 제4조를 보면 카페 같은 식품접객업소 내에서는 1회용 합성수지·금속박 컵을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고, 사용을 억제하라고 돼 있습니다. 여기서 합성수지는 플라스틱을 말합니다.
일단 플라스틱컵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종이컵은 써도 될까요?
시행규칙 제2조 제1호를 보면 1회용 컵은 '종이·플라스틱·금속박 재질로 제조된 것'이라고 정의돼 있습니다. 종이컵도 엄연히 1회용 컵인 거죠.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시행규칙 4조에서 종이컵에서 제외되면서 종이컵은 1회용 컵이지만 카페 내에서도 쓸 수 있게 된 건데요. 종이컵이 플라스틱컵보다 친환경적이라고 보고 굳이 종이컵 사용까지 막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카페 입장에서는 종이컵 사용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일단 머그컵으로 받았다가 나갈 때 1회용 컵으로 남은 음료를 담아가는 경우가 꽤 많은데 그냥 종이컵에 담아주면 손님이 마시던 그대로 들고 나갈 수 있으니 훨씬 수월합니다. 무엇보다 설거지 부담도 줄어들고요.
실제로 시민단체 '자원순환시민연대'가 지난 6월 수도권과 전국 5대 광역시 커피전문점 1543개 매장에서 사용된 1만3906개 컵을 조사한 결과 2048개(14.7%)가 1회용 컵이었고, 1회용 컵 중 895개(43.7%)가 종이컵이었다고 합니다. 적은 양이 아닌데요.
◇종이컵은 친환경적일까?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정말 1회용 종이컵이 플라스틱컵에 비해 친환경적일까요?
카페에서 주는 종이컵은 음료가 잘 스며들지 않습니다. PE(폴리에틸렌) 코팅이 돼 있기 때문인데요. 폴리에틸렌(Polyethylene)은 석유를 화학 처리해 만들어지는 합성수지입니다. 쉽게 말해 이 폴레에틸렌도 플라스틱입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페트(PET)병이 이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집니다.
종이컵을 재활용하려면 컵에서 이 PE 코팅을 벗겨내야 하는데 쉽게 벗겨지지 않아 재활용에 어려움이 많다고 합니다. 실제 종이컵의 재활용 비율도 높게 잡아 2% 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이번 조사에서 자원순환시민연대가 수집한 종이컵 895개 중 재활용되는 것은 20개도 되지 않는 셈입니다. 결국 종이컵은 대부분 매립·소각된다고 합니다. 합성수지 성분이 있는 만큼 소각할 때 유해가스도 나온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