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얼굴 씻고 더러 먹는 물인데…수질은 ‘방치’
이용호 의원 “열차 사용수 관리체계 마련해야”
고속열차 케이티엑스(KTX)와 에스알티(SRT)의 열차 안 화장실 물탱크(저수조) 청소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건물 화장실은 반년, 항공기는 평균 1~3년 주기로 청소하는 것과 달리 고속열차는 15년에 한번꼴로 물탱크 청소를 하는 것으로 파악돼 수질오염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이용호 무소속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코레일은 고속열차인 케이티엑스와 케이티엑스-산천에 설치된 물탱크 청소를 15년 주기의 ‘중정비’ 때 하고 있다. 고속열차의 중정비는 ‘반수명 대수선’이라 부르는데, 수명이 절반에 이른 열차를 완전히 분해해 다시 조립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대규모 수선을 하지 않을 땐, 열차 안 화장실 물탱크 청소는 아예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열차 이용객들은 이 물로 손과 얼굴을 씻고 더러는 이 물을 먹기도 한다.
다중이 이용하는 대형 건축물(연면적 5천㎡ 이상)에서 상수도 직결 방식이 아닌 물탱크를 이용하는 경우, 수도법에 따라 해마다 한번 이상 수질검사를 해야 한다. 물탱크도 반년마다 한번씩 청소한다. 실제 코레일은 서울역·용산역·오송역 등 저수조를 쓰는 주요 역사의 수도 수질검사는 물론, 저수조 청소를 이 규정대로 해왔다. 하지만 열차 안에서 쓰는 물과 물탱크는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코레일은 열차 안 물탱크의 경우 케이티엑스의 모체인 테제베(TGV)를 운영하는 프랑스 국영철도사 유지보수 기준을 따른다며 청소 주기를 15년으로 정했다. 코레일 쪽은 이용호 의원실에 “열차 급수탱크(저수조)에 정수(깨끗한 물)가 공급되기 때문에 청소를 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했지만, 수질은 물탱크 위생 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게다가 케이티엑스-산천 모델의 경우 15년 중정비 때조차 물탱크 안 청소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스알티 쪽도 마찬가지다. 운영사인 에스알(SR)은 자체 유지보수 매뉴얼에 8개월마다 열차 안 물탱크를 청소하도록 했지만, 실제로는 열차 정비를 코레일 쪽에 맡겼다. 2014년에 운영을 시작한 에스알티의 물탱크는 지금까지 한번도 청소한 적이 없는 셈이다.
이런 사정은 비슷한 여객 수단이라 할 항공기와도 차이가 난다. 항공사들은 항공기 제작사가 정한 정비 매뉴얼에 따라 평균 1~3년 주기로 기내 물탱크를 청소하고, 먹는물관리법이나 미국 환경보호청 기준에 따라 해마다 1~4회씩 기내 사용수에 대한 수질검사를 한다. 열차 사용수에 대해서도 관련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용호 의원은 “공중 위생 관리 차원에서 사실상 관리와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열차 사용수의 수질 관리 체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