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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의 특허Talk] 삼성·LG 가전 줄줄이 베끼는 中..손 못쓰는 까닭은?
부서빠 | 2019.10.05 | 조회 353 | 추천 0 댓글 0

지난달 'IFA 2019'서 모방 제품 대거 공개
"어제오늘 일 아니지만 갈수록 도 넘어"
"中정부 눈치, 소송 불가..정부 지원 필요

글·사진=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약 한 달 전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9’ 관람을 위해 독일 베를린을 다녀왔습니다. 1800여곳이 넘는 전 세계 가전 업체 간 미래 신(新) 가전 경쟁은 마치 총성 없는 전쟁처럼 치열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 등 국내 기업부터 밀레와 보쉬 등 현지 기업이 관람객의 큰 관심을 받은 가운데 최근 급성장한 중국 기업도 존재감을 뽐냈습니다. 실제 화웨이와 샤오미, 하이얼, ZTE, TCL, 창훙, 스카이워스 등 13억 인구의 내수를 기반으로 전 세계 시장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는 중국 주요 가전·IT(정보기술) 기업이 IFA 2019에 총출동했습니다. IFA를 주최하는 메세 베를린(Messe Berlin)에 따르면 올해 행사에 참여한 중국 업체는 총 882곳으로 전체 참가 업체의 48%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국 업체는 올해도 어김없이 국내 기업의 제품을 똑같이 베낀 ‘미투(me-too·모방)’ 제품을 줄줄이 선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을 베낀 시제품을 대거 전시장에 내세운 것이죠.

먼저 중국 TV 업체 창홍은 삼성전자 ‘더 세로 TV’LG전자 ‘오브제 TV’를 합친 듯한 TV 시제품을 전시장 중심에 전시했습니다. 이 제품은 더 세로처럼 화면이 세로로 돌아가면서도 TV 뒷 부분에 서랍장을 부착해 물건 등을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시제품이긴 했지만 창홍 관계자는 기자에게 내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귀띔했습니다.

중국 가전 업체 하이얼은 LG전자의 ‘스타일러’를 빼닮은 의류관리기를 공개했습니다. 외관부터 옷장 형식의 얇으면서도 길쭉한 디자인으로 내부는 상단에 옷을 걸 수 있도록 하고 하단에는 스팀 관리를 위한 물통을 탑재하는 등 스타일러와 매우 유사한 형태였습니다. 특히 스타일러처럼 옷을 흔들어 터는 ‘무빙행어’ 방식을 채택했으며, 살균과 탈취를 위한 스팀 기능, 제습 건조, 바이러스 제거 등 탑재한 기능마저 스타일러와 똑같았습니다.

IFA 2019에서 다양한 폴더블 기기를 선보인 중국 가전·IT 업체 TCL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를 빼닮은 폴더블폰을 소개했습니다. 이 제품은 갤럭시 폴드와 마찬가지로 이중구조 힌지를 채택했고 소재감부터 로고 위치까지 비슷한 디자인을 해 관람객 사이에서 “갤럭시 폴드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TCL은 이 제품을 내년 중 출시할 예정이라고 당당히 밝히기도 했죠.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의 노골적인 국내 가전 베끼기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러한 행태가 갈수록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기업이 제품을 출시할 때는 기술부터 디자인 등 각종 특허를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다른 업체가 이를 침해해 비슷한 제품을 내놓는 일을 막기 위해서죠. 특허 침해 사례가 발생할 경우에는 특허 소송 등을 통해 해당 제품의 판매를 금지하고 특허 사용료나 합의금 등을 받아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중국 업체를 상대로는 이같은 일이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중국 업체가 자국 정부의 막강한 지원을 받고 있는 데다 내수 시장에서만 사업을 해도 충분히 남는 장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마구잡이식으로 국내 업체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죠. 애플 등 해외 기업 역시 국내 업체와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의 베끼기에 무방비로 당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국내의 한 업체의 관계자는 “이번 IFA 2019에서 중국 업체가 내놓은 제품이 대부분 시제품이어서 특허 소송 등을 언급하기는 이르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중국 기업에 국내 업체가 특허 소송을 건다는 것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마찬가지”라면서 “우리 업체가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정상적인 소송을 제기하기 불가능하다. 간혹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중국이 아닌 제3국에서 발생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아직 중국 업체가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어 국내 업체가 대형 소송전을 불사할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최근에는 일부 급성장한 중국 기업이 국경을 넘어 해외 시장으로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안은 단순히 기업 대 기업 문제가 아닌 만큼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국내 기업 보호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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