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장자는 제자를 불러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내가 어젯밤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 다녔는데, 너무도 기분이 좋아서 내가 나인지도 잊어버렸다. 그러다 불현듯 꿈에서 깨었다. 깨고 보니 나는 나비가 아니라 내가 아닌가? 그래, 생각하기를 아까 꿈에서 나비가 되었을 때는 내가 나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꿈에서 깨고 보니 분명 나였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정말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내가 된 것인가? 지금의 나는 과연 진정한 나인가? 아니면 나비가 나로 변한 것인가?˝
알쏭달쏭한 스승의 이야기를 들은 제자가 말했다.
˝스승님, 스승님의 이야기는 실로 그럴듯하지만 너무나 크고 황당하여 현실 세계에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그러자 장자는 대답했다.
˝너는 쓸모 있음과 없음을 구분하는구나. 그러면 네가 서 있는 땅을 한번 내려다보아라. 너에게 쓸모 잇는 땅은 지금 네 발이 딛고 서 있는 발바닥 크기만큼의 땅이다.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땅은 너에게 쓸모가 없다. 그러나 만약 네가 딛고 선 그 부분을 뺀 나머지 땅을 없애 버린다면 과연 네가 얼마나 오랫동안 그 작은 땅 위에 서 있을 수 있겠느냐?˝
제자가 아무 말도 못하고 발끝만 내려다보고 있자 장자는 힘주어 말했다.
˝너에게 정말 필요한 땅은 네가 디디고 있는 그 땅이 아니라 너를 떠받쳐 주고 있는, 바로 네가 쓸모 없다고 여기는 나머지 부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