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이 아니라서 내 것인 것 같은,
착각이 몸을 쑥 빠져나갈 때가 있다
각질과 피부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 통증은 어느 지점에서 악, 비명을 질렀나
무늬만 살아있는 시간을 만지며 죽은 것이 산 것을 살린다는 말을 떠올린다
욱신거렸던 날들도 잊은 반응 없는 발에 반창고를 갈아붙이며
언제쯤 무감각이 반응을 보일까 확신은 초승으로도 뜨지 않아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인 것처럼 믿은 것들 내 것인 양 위선을 붙이고 껴입고
아슬아슬 건너가는 생각에 발톱이 빠져
저기 웃으며 다가오는 키 큰 골목을 내 편이라 믿어도 될까 발톱 밑에 낀 때만큼도 돌아보지 못한 어제가 감각이 없어
무감각 속으로 뺑소니친 죽은 기억들
- 최연수, 시 '발톱이 빠졌다'
내 몸에, 내 맘에 들러붙었던 것들이 별안간 나를 빠져나갔다고 생각될 때가 있습니다. 내 것이라 믿었지만, 결국은 내 것이 아니었을까요. 빠진 발톱처럼. 무감각이 될 때까지 아픔을 견뎌야 하지만, 그것도 어느 순간 잊히고 말 겁니다. 다시 새살이 돋을 때까지 그냥 잊어버리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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