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정화 식물로서의 난대도시의 실내 공간은 공기가 별로 좋지 않다. 특히 환기를 자주 할 수 없는 겨울철에는 밀폐된 실내 공간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는 반면 산소가 부족하기 때문에 쉽게 피로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일상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게 된다.
다행히 실내에서 재배하는 여러 식물이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유해물질을 흡착·흡수해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난도 여러 가지 실내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이 있으며, 특히 탄산가스를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고 보고되었다. 이처럼 이산화탄소를 효율적으로 제거하는 능력은 난 중에서도 CAM대사를 하는 난들이 특히 뛰어나다.
식물은 낮에는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다량 흡수해 광합성을 하지만, 밤이 되면 광합성이 정지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흡수는 정지되는 반면, 호흡 작용이 두드러져 산소 흡수는 늘어난다. 그래서 주위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상대적으로 증가하는데, CAM(Crassulacean Acid Metabloism) 대사를 하는 난들은 밤에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에 탄산가스를 제거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이다.
광합성은 식물이 태양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는 기능이다. 이 광합성을 하는 방법에 따라 C3, C4 및 CAM 식물로 구분하는데 난 중에는 CAM식물로 분류되는 것이 많다.
CAM식물이란 크라슐산 대사를 하는 식물을 말한다. 이 대사는 돌나물과(Crasulaceae) 식물에서 발견되어 명명된 것으로, 건조한 지역에 자생하는 다육식물이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는 메커니즘을 갖는 방향으로 진화한 대사 방법이다. 즉, 대부분의 식물과 달리 낮 동안에는 수분이 손실되지 않도록 기공을 닫고 광반응만을 해서 탄소동화 작용에 필요한 에너지를 ATP와 NADPH 형태로 비축하고, 밤이 되면 기공을 열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서 탄소 네 개짜리 유기산으로 비축했다가, 낮이 되면 기공이 닫힌 채로 다른 식물들과 같이 동화산물을 만들어낸다(그림Ⅰ-21). [그림Ⅰ-21] CAM식물의 광합성대사 난과 식물이 모두 CAM대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스코센트룸 암풀라세움(Ascocentrum ampullaceum), 라비아타(Cattleya labiata)를 비롯한 대부분의 카틀레야속, 아트로퍼푸레아(Encyclia atropurpurea)를 비롯한 다수의 엔시클리아, 덴드로비움 타우리눔(Dendrobium taurinum), 에피덴드룸의 여러 종(Epidendrum alatum, Epi. radicans, Epi. shomburgkii 등)이 CAM대사를 하는 난과 식물이다.
그러나 난과 식물 중에서도 스파토글로티스 플리카타(Spathoglottis plicata), 온시디움 플렉수오숨(Oncidum flexuosum)은 CAM식물에 속하지 않는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같은 파피오페딜룸속에서도 인시그네(Paphiopedilum insigne)는 CAM대사를 하는 반면, 베누스툼(Paph. venustum)은 CAM대사를 하지 않는다.
난은 이산화탄소 외에 암모니아, 오존, 벤젠, 트리클로로에틸렌 등의 휘발성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능력이 있다. 잎뿐만 아니라 뿌리 등 식물 전체가 유해물질을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특히 덴드로비움류는 톨루엔과 크실렌을 활발하게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난을 기른다는 것은 사치스러운 취미활동으로 비춰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데 필수적이고 일상적인 일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직배양 기술이 발전하여 건강한 난을 저렴한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으니 누구나 과히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난을 구입할 수 있다. 또 난을 재배하는 기초적인 방법만 익히면 장식효과가 뛰어난 난을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다. 다양한 난을 수집하는 취미생활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