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바닷가 숲속 소나무그늘도 덥다. 그러나 속 깊은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송송 맺히는 땀을 식혀주기에 충분하다.
나는 5일의 휴가를 일자로는 장장 9일이라는 시간을 도회지를 떠나 여기에서
지화자·얼씨구하며 두 놈의 아들과 이웃태양님과 함께 솔밭아래에 자리잡아 캠핑을 즐겼다.
이럴 때는 뭐 꼭 뭐를 해야 하나, 꼭 키르케는 살을 빼야 하나, 우리 애들이 꼭 공부를 잘해야 하나, 내가 꼭 술을 끊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른하고 완벽한 만족감. 아마 천국이란 이런 것일 것만 같다. 이틀간의 폭염만 빼고는 모든것이 순조로웠다.
서울 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새말IC빠져나왔다. 나는 3시간 만에 지옥의 휴가철 정체를 벗어났다.
옥계는 이미 여름 절정으로 와있었다. 먼동은 밤이 길어지기를 허락하지 않고 일찍 따올랐다.
휴가는 그 옛날 명화극장 시작때 나오던 갈퀴날리던 사자처럼 으르렁 거리며 잔뜩 기대감을 품은채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