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보러 간 선비(비둘기 구(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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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시골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평생 소원이 과거에 급제하여 여러 친구와 같이 주연을 베풀고 자랑하는 것이었다.
과거를 열번쯤 봤는데 다 낙방이었다. 그래서 이제는 재산도 파산이 되고 다시 과거를 볼 처지가 안된 선비는 그냥 시골로 가려 했으나 너무 허무했다.
남산골 주막에서 하루를 묵는데 주인에게 물동이에 물을 가득 넣고 함지 하나, 빈 상을 하나, 잔 하나에 수저를 올려서 떠다 달라고 청했다.
밤이 되자 선비는 혼자서 과거에 급제해 친구를 모은 것처럼 주연을 베풀었다.
그 때 임금이 암행을 하다가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는 것을 보고 들여다 보니 웬 사람이 혼자서 아무도 없는데 술잔을 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무슨 곡절이 있다 싶어 임금이 그 방으로 들어가 사연을 묻자 선비는 사연을 얘기하였다.
임금은 남대문골에 가면 내일 모레 임시 과거를 본다는 방이 붙어있을 거라고 말했다. 선비가 다음날 가보니 방이 붙어 있었다. 임금은 또 과거 시험에 비둘기 구(鳩)자를 써 놓는다고 살짝 일러 주었다. 선비는 밤새 비둘기 구자를 외웠다.
다음날 과장에서 구자는 생각이 나는데 비둘기 구자는 생각이 안나 쩔쩔 매고 있는데 시관들이 담배대를 두드리며 빨리 말하라고 하는데 그 소리가 따닥 따닥하여 또드락 구자라고 말해서 낙방을 했다.
선비가 실망을 하면서 과장을 나오는데 젊은 선비가 헐레벌떡 달려오기에 선비는 그를 불러 비둘기 구자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 젊은 선비는 시골 사투리로는 또드락 구자요 서울 사투리로는 비둘기 구자라고 답하여 둘다 합격했다고 한다. [註]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