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질 최광임 떨어진 옷걸이, 그 자리에 못질을 한다 머리에 철퇴를 당하면서도 제 길 쉽사리 파지 않는 못이나, 제 몸의 틈 내주지 않는 벽 사이 펜치에 못을 물리고 있는 힘 다해 망치질한다 소리의 크기만큼 서로를 밀어내는 힘 못의 머리에 불꽃이 인다, 한때 나와 그 사람 서로 못이고 벽이었던 적 있다 비로소 든든해지던 삶 자고 나면 한 뼘씩 매워지던 허공 우리의 세간은 봄날 복사꽃 같았다 봄은 여우와 같아서 자주 변덕을 부렸지만 헐거워지는 틈에서도 아슬아슬 꽃 피고 지는 사이 몇 번의 바람과 몇 번의 비가 다녀갔고 삶은 무르익기도 전에 낙과를 하고는 했다, 그럴수록 과수원 나무들 창이 되어 날아들고, 잡은 손 누가 먼저 놓았는지 벽의 못 방바닥에 뒹굴기도 했다 낙과를 주어 들고 못질한다 상처도 사는 힘, 이어서 봉인된 구멍에서 트는 싹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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