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칸으로 나뉜 목기에 채소와 고기류 등의 여덟 가지 음식을 둘레에 담고 가운데에 담은 밀전병에 싸면서 먹는 음식이다. 구절판은 아홉으로 나뉜 목기로 여기에 아홉 가지 재료를 담았다고 해서 그릇 이름 그대로 구절판이라고 한다. 보기에 아름답고 맛도 좋으며 영양적으로도 균형이 잘 잡힌 최고의 웰빙 음식이다.
중국 음식은 불맛이요, 일본 음식은 칼맛, 우리나라 음식은 손맛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어머니들의 정성과 솜씨가 담긴 섬세한 손맛을 가장 잘 살려낸 음식이 바로 구절판이다.
옻칠을 하거나 자개를 박아서 아름다운 문양을 살린 목기에 채소와 고기류를 사용한 여덟 가지 음식을 둘러 담고, 가운데에 담은 밀전병에 싸면서 먹는 구절판은 그 자체로 이미 예술 작품이다.
펄 벅과 구절판
구절판의 아름다움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일화가 있다. 바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작가 펄 벅 여사의 이야기다.
상 한복판에 팔각형의 칠흑 상자가 놓여 있기에 뚜껑을 열어 보니 새까만 뚜껑과는 대조적으로 아홉 칸 빨간 틀 속에 아홉 가지 원색의 음식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 보고 그녀는 '나는 이 작품을 파괴하고 싶지 않다'면서 끝내 젓가락을 대지 않았다고 한다.
예술의 경지, 밀전병
밀전병은 사실 만들기가 아주 까다로운 음식이다. 밀가루를 물에 개어 종이처럼 얇게 부친 뒤 식혀서 구절판의 중앙 칸에 맞도록 둥근 모양으로 만드는 것. 기름기가 남아 있지 않도록 잘 닦아낸 프라이팬에 반죽을 두르고 아주 약한 불에서 익힌 다음 꼬챙이를 넣어 조심스럽게 꺼낸다. 프랑스의 대표적인 음식인 크레페를 연상시켜 외국인들도 그리 낯설어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