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원본보기▲ 출처|영화 '정직한 후보' 포스터 및 스틸[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4.15 총선의 해, 선거를 겨냥하다시피 한 코미디가 나왔다. 라미란 주연의 '정직한 후보'(감독 장유정·제작 수필름 홍필름)다. 정치는 물론 한국사회를 함께 비튼 능청맞은 코미디가 물오른 라미란과 만나니 제대로 터진다.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은 4선을 준비 중이다. 한평생 번 돈을 기부한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억울함을 풀고자 싸우다 정치에 입문했건만, 지금은 4선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는 정치꾼이다. 뜻을 기려 장학재단까지 세운 할머니(나문희)는 심지어 멀쩡히 살아있는데, 툭 하면 팔아 이미지에 이용하는 건 예사요, 작당 모의와 뒷거래에도 도가 텄다. 당대표에 상대 후보까지 구워삶았으니 이번 선거도 다 됐다 싶던 어느 날, 갑자기 주상숙이 거짓말을 한 톨도 못하게 되어버렸다. 라디오에선 19금 발언을 쏟아내고, 묻지도 않은 자서전 대필까지 고백해버린다. 보좌관(김무열)은 기가 막히고, 본인은 환장할 노릇. 터져버린 진실의 주둥이를 어째야 하나.
거짓말을 못 하게 된 거짓말쟁이 이야기. 핵심 설정이 짐 캐리 주연의 영화 '라이어 라이어'(1997)을 연상시키지만, 원작은 따로 있다. 브라질 영화 'O Candidato Honesto'(2014)로, 원작에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남자 정치인이 주인공이지만 '정직한 후보'에선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 여자 정치인으로 설정을 바꿨다. 장유정 감독은 "라미란 배우를 캐스팅하고 싶어서 여자로 바꾼 케이스"라고 설명했는데, 영화를 보면 감독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미지 원본보기▲ 출처|영화 '정직한 후보' 포스터 및 스틸장르를 가리지 않는 믿음직한 연기력은 물론, 시원시원하고 거침없는 캐릭터로도 정평난 라미란은 대안이 생각나지 않는 적역. 뻔뻔히 거짓말을 일삼다가, 위험한 진실들을 토해내곤 괴로워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이를 되풀이하고야 마는 '원우먼쇼'가 쉴 새 없이 터진다. 라미란의 매끄러운 캐릭터 소화력, 착 붙는 싱크로율, 미워할 수 없는 능청이 영화 보는 재미를 제대로 더한다. 더할 나위 없는 보좌관 김무열, 웬수같은 백수 남편 윤경호도 적재적소에서 제 몫을 하며 매력을 드러낸다.
팩트가 폭탄이 되는 '웃픈' 한국의 현실을 담아낸 각색과 리드미컬한 연출 역시 돋보인다. 정치는 물론 사학비리, 병역비리, 정경유착과 외국인노동자 문제를 빼곡히 담아 비꼬면서도 유머와 해학 또한 가득해 내내 유쾌하다. 고부관계의 통쾌한 일침도 뜻밖의 사이다. 외면했던 거짓말의 무게, 그리고 잊고 사는 진실의 무게를 되새기게 하는 메시지도 유머 따라 산뜻하다. 억지스럽거나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설정도 시원시원한 팩트폭격 코미디의 매력 앞에 가려질 정도.
직업정신 투철한 이들의 빈말과 공약이 난무할 게 틀림없는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찾아와서 더 절묘한 코미디, '정직한 후보'에게 한 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