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에 대하여 생각할 때에 빼놓을 수 없는 국면의 하나가 <대중말과 사투리>라는 것이다. <대중말>이란 기준이 되는 말 또는 표준이 되는 말이라는 뜻인데 말의 동아리인 겨레에서보다도 통치의 동아리인 나라 안에서 구성원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하여 기준과 모범이 되는 말이다. 그러므로 보다 인위적이고 의도적으로 약속하고 가꾼 말이다. <사투리>란 좁은 지역이나 계층 안에서만 쓰이는 말로서 보다 자연적이고 그만큼 덜 문화적인 말이다. 의식적인 인공이 별로 손닿지 않은 말, 그래서 모든 대중 말의 뿌리와 근원이 되는 말이 <사투리>이다. 인간들의 삶이 일정하게 좁은 지역 안에서만 갇혀서 이루어지던 장구한 기간의 원시 사회동안에 자그마한 그 동아리들이 나름대로 자기들의 말을 조물주로부터 허락받아 사용하고 있었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류가 진보하게 되어 삶의 터전이 넓혀짐에 다라 그 작은 동아리들이 뭉쳐지는 변화를 겪게 되고 점점 더 큰 동아리를 이루면서 드디어는 나라의 단계에까지 이르게 된다. 이러한 인류 역사의 긴여정 안에서 말도 또한 그와 같은 변화와 통일의 길을 걷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는 따로따로였던 독립된 말의 동아리들이 몇 개 뭉쳐지게 되면 그 중에서 영향력이 가장 크고 문화적으로 앞선 동아리가 지배 세력이 되면서 그들의 말이 뭉쳐진 전체 동아리의 대중말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밖의 동아리들이 옛부터 써 오던 그들의 말은 저절로 사투리로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람들의 말이란 애초에는 모두 사투리로서 시작된 것이고 그 사투리들이 하나의 동아리로 뭉쳐지면서 지배적인 사투리 곧 인위적인 약속의 대중말이 생겨나게 되는 것이다. 사투리는 국어의 뿌리요 대중말은 국어의 열매라 할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