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자유토크 | ||||||
선의의 민폐 엑스 | 2011.05.21 | 조회 6,567 | 추천 7 댓글 0 |
||||||
|
||||||
오지랖님은 제 입사동기에요
신입시절부터 이미 구수한 아저씨 + 학부형 포스가 폴폴 풍겼던 그는,
유학파였습니다.
푸근하다면 푸근하달까.. 할머니가 끓여준 청국장에 버터를 풀어 넣은듯한 야릇함.
다소 느끼한 오오라를 뿜는 사나이였습니다...
암튼 이 분은,
이 사람 저 사람의 회사생활을 비롯하여 사생활(?)도 잘 챙겨주었고,
사회에 발을 내딛고 취업의 압박에서 벗어나
비로소 소개팅에 목말라할 줄 알게 된 우리들에게 많은 소개팅을 주선해주었지요.
써놓고 보니 참 고마운 사람이었네요.
------------- 여기까진 -_-;; -----------
저는 입사해서 얼마되지 않아 동기와 연애를 시작했고
이 과정 속에서도 이 분은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동기남자를 뽐뿌질해 저에게 고백을 하게 만들어 주셨고,
우리가 사귀는데 여러 결정적 활동을-_-;; 하셨습니다.
문제는 그 고백이..
회사 사람들이 다 보는 앞에서 쇼!!처럼... 이루어졌다는 것이지요.. ;;
그 동기와 저는 7,8개월정도 사귀다 헤어졌어요.
다행히도 어쨌든 그 동기남은 먼 곳으로 발령을 받아
그냥저냥 몇달이 지나며 그의 존재감은 희미해져 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저희 회사에는 어려운 아이들을 돌보는 사내 봉사 동아리가 있었는데
저와 그 오지랖님은 같이 활동을 하고 있었어요.
그 날도 저는 머리 질끈 묶고 안경 쓰고 화장도 안한 채로
일하기 편한 복장-_-까지 두루 챙겨입고.
몹시 내츄럴한 상태로 퇴근하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오지랖님이 저를 나직히 부르는 것입니다.
"00아!"
"응?"
으잉.
뭡니까.
오지랖님 옆에는 저의 舊남친. 그 동기남이 서있는 겁니다.
"oo아, 얘가니가 보고 싶다 그래서 내가 데리고 왔어.
그러게 우리 oo이 같은 여자를 어떻게 잊어버릴 수 있겠어~"
아.. 놔..
-_-
이어진 어색한 인사. ㅠㅠ
아.. 이것이 배려인가.
난 지금 안경을 쓰고 있고!
머리도 떡져있고!
옷도 그지 같이 입고 있는데!
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여기는 회사 밖이지만, 회사 동아리 활동중이고!!
아 막 옆에 회사 어른들 지나다니시고.
이상하게 보시자나!!!!
나한테 내 의사는 묻지도 않고
여기 데려와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시냐..
봉사활동하러와서 둘이 커피라도 한잔하며 얘기하면 다시 잘 될 줄 알았냐...
아.. 암튼 어르신들께 이상하게 보이지 않으려
최대한 미소미소^^ 진땀진땀;;
아.. 놔.. 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舊남친은 오랜만에
그저 오지랖님을 만나고 싶어 연락을 한건데,
본인은 회사밖 어디어디에 있으니 이 쪽으로 오라 했대요.
그리고 그리고 가보니,
그 곳엔 머리를 묶고 안경을 쓴 제가 있었더라... -_-
젠장. 평소에 저희가 헤어진 것을 아쉬워했던 오지랖님이
저희를 위해 자리를 마련해 주신 거였습니다.
舊남친에게 급 화해모드를 만들어보라며 설계한 자리였대요. ㅠㅠ
그 친구도 준비 하나도 안된 상태에서 얼떨결에 따라와
3인이 함께 어색어색 열매를 씹어먹었죠.
그리고 우리를 화해시키는 건 봉사 끝나고 해도 되잖아.. ㅠㅠ
암튼 매우 뻘쭘하게 그 날의 스토리는 종료.
그리고 그날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며 이 사실을
동기여인과 침튀기며 얘기하다 알게 된 오지랖님의 또 다른 선행 -_-
입사한지 정말 얼마되지 않았던 한 동기언니가
데면데면하게 지내던 오지랖님으로부터 소개팅을 제안받은 것입니다
언니도 “그러마.” 하고는 별말이 없어 잠시 잊고 있었는데
얼마 뒤 그 언니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네.
우리 오지랖님.
이왕 보기로 한거고,
주선자인 자신도 어차피 문상가야하니,
겸사겸사 더 늦출 것 뭐 있냐며..
보기로 한거 얼른 보는게 좋지 않겠냐며..
소개팅남을 장례식장으로 데려온 것.. ㅠㅠ
아..
따라온 소개팅 남은 뭐니..
마음착한 배려남 오지랖님. 선행상 줘야 할까봐요.. ㅠㅠ
쩝.
끗.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