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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평범한 괴물단추이야기
그러쏘 | 2011.07.22 | 조회 7,427 | 추천 5 댓글 0


저는 23살에 처음 남자친구를 사귀게 되었어요..

어렸을 때 단지 남자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만났던 사람들은 제외하자면

제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죠.

정말 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지만,

그 사람은 저를 정말 많이 좋아해 주었습니다.

서로 앞뒤 재지 않고 사랑했어요..

 

하지만 그 같은 성격이란 것이..

좋을 때는 화르륵 타올라 너무나도 화끈따끈하지만..

안 좋을때는 그 파괴력이 엄청납니다요..

 

그간에 글로만 연애를 배워,


남자는 항상 여자를 공주처럼 대접해주는 줄 알았던 저.



그런데 오히려 저를 시크하게 대하는 이 남자가 그렇게 좋더라구요
.



그 사람은 저를 어쩔줄 몰라하며 좋아해주면서도

여전히 본인이 가장 소중한 그런 사람이었거든요.

저를 위해서 본인의 의지를 한번도 꺾어주지 않았죠.

그게 멋있으면서도 한편, 섭섭해서 싸우는 일이 잦았었던 것 같아요..

 

남자친구는 싸우면짜증을 내고 소리를 버럭 질렀어요..

남자가 소리를 지르면 얼마나 무서운지 아세요?

다혈질이라... 화를 한번내면 눈이 확 뒤집히는데...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더라구요..

 

저는 처음에는 놀라서 울고, 나중에는 서러워서 울고, 결국분해서 울고...

어떻게든 풀어보려고 했지만, 본인의 성질이 다 풀리지 않으면

제가 무엇을 해도 씨알도 안먹히는 사람이었어요.

 

때리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너무나 화를 심하게 냈어요..

차 안에서 싸우거나 하면 차 안이 다 쩌렁쩌렁 울리고,

저는 그때마다 심장이 내려 앉을 것 같아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제가 더 힘들었던 건..

제가 먼저 참고 다가가려고 하면 오히려,

본인은 아직 화해할 기분이 아닌데 네가 화해하자고 사과하니

저더러 제 기분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비난했던 거 였어요..

 

본인의 감정이 가장 중요했고,

화가 났을 때 제어하는 방법.. 아니,


아예, 그 필요성을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 같았어요..

 

그러다 점차 저도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여러가지 사건들이 있었고, 몇번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한 뒤에는

저도 싸울 때마다 그에 못지 않게 같이 소리지르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저는 어릴 때부터 쭉 한 동네에서 산 동네 토박이인데...

집앞 거리에서 대낮에 엉엉 울며 큰 소리치고 싸우고

열받아 핸드폰을 아스팔트 바닥에 집어던진 것도 여러번...

옆에서 보고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주워서 다시 조립해서 주신 적도 있었어요..;;;

동네에서 주저 앉아 엉엉 울기도 여러번...

한번은 엄마한테 들킨 적도 있었구요...

 

홀님의 괴물단추라는 단어를 보면서 생각난 장면은





싸우고 전화를 받지 않는 제 남자친구 때문에
(며칠간 내키는 대로 잠수)

답답함에 미칠 것 같아서 그가 갈 법한 곳을 모두 찾아다니며,

결국은 남자친구를 찾아내서 그 남자친구의 친구들이 모두 있는 앞에서

그렇게 살지 말라고 퍼부어 대다가 엉엉 울어버린 제 모습이었어요..

 

그 전에 한번..


그 사람이 아무 말 없이 연락을 끊어서 헤어지게 된 적이 있거든요...

저는 살이 5kg이상 빠져서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고,

죽을만큼 힘들었었기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되어서도 그 트라우마가 여전했던 것 같아요.

어쩌면 트라우마가 남아있는건 당연한지도 몰라요..

제대로 치유받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왜 다시 만났냐 하시면..

저의 탓이겠죠. ㅎㅎ

 

쓰다보니 마치 남자친구 일방의 탓 때문에 저의 성격이 변해버린 것 같네요.

그런건 아니었어요..

둘이 좋을 땐 한없이 좋았죠.

물론 그 남자.. 좋은 점도 많은 사람입니다.

친구도 많고, 인기도 많고, 회사 일도 잘해서 신망이 높죠.

그 사람에게는 저의 분석적이고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답답하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그는 약간 한량같은 스타일이었거든요.

 

그 사람은 평소에는 본인과는 다른, 똑부러지는 제가 좋다고 했어요..

본인에게 없는 부분이라 부럽고 자랑스럽다고 했죠..

하지만 본인의 완벽하지 못한 모습을 하나하나 지적질하는 저는 싫었겠죠..



두 마음 다 이해해요
..

 

저도 사랑하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미성숙한 사람이고요...

어리광 심한 저의 성격도 아마 참기 힘들었을 겁니다.



그의 도망에 괴물이 된 저
.

저의 괴물같은 잡도리에 괴물이 된 그.

그는 괴물이 되어 다시 도망을 가거나 악을 썼고.

저는 더욱 괴물이 되어 다시 잡도리..

반복 속에서 둘 다 이성을 잃은 싸움을 했던 것같아요.



둘이 같이 대화를 해서 풀었으면 참 좋았을텐데요
...

항상 싸움의 질이 좋지 않았어요...

 

 

서로 가장 취약한 점을 자극해대는 관계..

저희의 괴물 단추는 저에겐 방치당하는 것, 무책임..

그에게는 구속이었던 것 같아요..

 

그가 좀 더 독립적이고, “네가 연락을 하거나 말거나하는 대찬 여자를 만났거나,

제가 세세하게 챙겨주는 것을 좋아하고 원하는 남자를 만났다면

서로의 괴물단추를 이렇게까지 눌러대는 일은 없었겠지요.

 

점점 괴물이 되어가는 저를 지켜보던 제 친구가

변한 제 모습이 싫다고 할 정도로 전 달라지고 있었어요..

 

싸우는 거 좋아하는 사람 있나요?

 

그래도 저희는 하루가 멀다하고 싸웠고,

세상이 끝난 것처럼 울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그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채로 다시 화해를 했지만, 지쳐갔습니다.

 

친구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항상 헤어지라고 했고,

저도 머리로는이 사람은 아니다.’라고 생각한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죠..

 

처음으로 나의 모든 나쁜 성격부끄러운 모습들까지

다 보아버린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 사람 없이 살 자신이 없었어요.



무슨 느낌인지 이해하실 수 있으실런지요
...

 

그만한 사람을 다시 만날 자신이 없다는 생각도 들던 그때..

전 아마 우울증에 걸려 있던 것 같아요..

 

형제자매님들이라면.. 이런 관계는 진작에 끝내셨겠죠?

하지만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못했다라는 말보다는 않았다라는 말이 맞을 것 같기도 하네요.

결국 다 제 선택이었으니까요..

 

[헤어질 수 없을만큼 사랑했다.]

라고 말하기보다는,

[헤어질 수 있을만큼 나 자신을 사랑하진 않았다.]

가 맞는 표현일 것 같아요...

 

처음 만났을때,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처음 사귀고 데이트할 때 등등

알콩달콩하던 시절들을 기억하면서

그리고 아주 가끔씩은 좋은 추억들을 쌓아가면서..

둘 다 그렇게 헤어지지 못한 채 버텼어요..

 

시간이 더 지나니 저희는 좀 더 변하게 되었어요.

여러번 헤어졌다 만났다를 반복하다보니 나중에는 헤어지는 것도 포기하게 되더라고요...

사랑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었어요..

 

비겁한 변명이지만..

아 우리 둘은 어쩔 수 없다보다... 인연인가보다...’ 하며

저희의 관계는 계속 되었습니다.

그리고 편안함. 우정. 애정. 열정 모든 것이 뒤섞인데다,

세월과 정마저 쌓여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유부녀에요...

그 남자친구랑 결혼.... 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두서없는 글을 쓴 이유는..

사람이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기회를 주라는 얘기도 아니고

아니다싶으면 일찌감치 헤어져라라고 말하고 싶어서도 아니에요..

 

사람은 변하지 않더라구요...

결혼을 하고나서도 예전의 그 모습이 나와요...

살을 맞대고 살다보니 부딪치는 부분이 더 많더라구요...



요즘도 저한테 소리지릅니다
..

, 저도 같이 소리지릅니다.

 

이제는 괴물부부가 되어서 말 한마디 안하고 3-4일 살기도 해요...

이런 제가 너무 싫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맞춰나가야겠죠..

 

아니다 싶으면 헤어져라..는 말은 저도 여러번 들었던 조언이긴 한데..

실천하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그리고 아니다 싶은건 어떤 사람의 한 부분이지,

그 사람 전체는 아니었으니까요... 너무나 견디기 힘들긴하지만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그 사람의 특정부분에만 집중해서,

사람전체를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제가 남자친구랑 싸울 때 했던 말이 있어요.

남자친구는 제가 바라는게 너무 많다며 화를 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난 노력 다 했어.

이걸로도 안되면 더 이상 나도 어쩔 수 없어.” 하더라구요.

 

하지만 제 생각은 달랐어요.

처음엔 100이 달랐다고 하더라도,

조금씩 서로 노력을 하다보면.. 95만큼만 다르게 되고..

그 노력을 계속 하다보면... 95의 다름이 자연스러운 상태가 되고...

그렇게 되면 다시 90의 다름으로 만들 수 있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그렇게 계속 노력해나가는 것.

노력은 끝이 없는 것.

 

저는 그렇게 계속 믿었던 것 같아요.

첫 연애라서 뭘 몰랐던 건지,

그만큼 이 사람을 사랑했던 건지,

아니면 단지 헤어질 수 없어서 합리화를 했던 것뿐인지..

사실은 지금도 모르겠어요...

 

홀리겠슈님의 괴물단추 관련 코멘트에서

끝내지 못한 저의 잘못이 가장 컸습니다..” 라는 말을 보면서,

 

어쩌면 저희는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인데,

서로 정 때문에 끝내지 못해 결혼까지 하게 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구요..

 

모든 커플에게 up & down이 있겠습니다만..

저희는 down이 너무 심각했으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끝낼 수도 없는 문제죠..

진작 끝내지 못한 것이 정말 이 문제의 근원인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하...


열심히 노력하면,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은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어요..

내가 실수한 게 아니라고 믿고 열심히 살아보는 수 밖에 없어졌어요..

 

의사에게 상담하듯이 요새 저를 괴롭히는 생각을 쏟아내봤어요..

염치없는 부탁이오나, 이혼얘기만은 말아주세요..

저도 정말 많이 힘이 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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