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가는 자연에서 보다 자유로워지려는 몸짓으로 곤란과 어려움을 극복한다. 이때 암벽, 빙벽, 혼합등반 등 극한의 행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사전에 대비하는 것 또한 행위를 추구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인체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은 머리 부분일 것이다. 등반시에 머리에 가해질 수 있는 위험에 대비하도록 만들어진 안전장비가 등산용 헬밋이다.

국제산악연맹(UIAA)은 산악인들의 안전을 위하여 헬밋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충격흡수성, 내관통성 등의 일정한 기준을 정해 규정 요건에 합격한 제품에 한하여 인증을 해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가인증 제도를 채택하여 합격품만 시판을 허용한다. 우리나라도 제품을 시판하기 전에 공업진흥청 산하 생활용품검사소에서 합격한 제품만 일반판매를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고 있는 등산용 안전모의 합격기준 중 가장 중요한 것 두 가지는 충격흡수성과 내 관통성이다. 충격흡수성은 섭씨 35도 상대습도 65퍼센트에서 4시간 이상 유지한 헬밋과 영하 20도에서 4시간 이상 유지한 헬밋을 상온에서 1분 이내에 머리모형에 각각 씌운 후 헬밋에 5킬로그램의 반구(곡률반경 45밀리미터)모양의 물체를 2미터 높이의 수직에서 떨어뜨렸을 때 헬밋 안의 머리모형에 전해지는 충격력을 재는 것으로 이 충격력이 10킬로뉴톤이하이어야 한다.(약 무게1톤의 압력이하 이어야 한다.)

내관통성은 충격흡수성 시험과 같은 조건에서 헬밋 중앙부로부터 반지름 50밀리미터 이내의 4개의 각각의 낙하점(낙하점 간의 간격은 30밀리미터 이상)에 충격물체를 1.5미터 높이에서 떨어뜨렸을때 충격물체(질량 1.5킬로그램의 로크웰경도 45도 이상의 강재로 곡률 반경이 0.5밀리미터 이하이고 각도가 60도인 원추모양의 끝을 가진 막대모양의 충격물체)와 헬밋의 본체의 내면(본체의 깨진조각)이 머리모형에 닿지 말아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등산용 헬밋의 중요한 기능은 머리에 가해지는 외부의 충격을 최소화시켜 두부의 손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다. 등반중 일어날 수 있는 머리에 가해질 위험 요소는 낙석이나 기타 낙하물의 충격, 선등자가 추락할 때 암벽, 빙벽면에 부딪치면서 일어나는 충격 등이다. 충격을 최소화시키고 머리를 보호하는 데는 헬밋의 강도나 재질 못지 않게 모양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헬밋의 대표적인 모양은 둥근 형태를 유지하며 표면은 마찰이나 바위 등의 요철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매끄럽게 제작된다. 헬밋의 구조는 외부의 본체, 충격 흡수 부위, 머리 고정장치로 나눌 수 있다. 본체는 외부에서 가해진 충격을 넓은 면적으로 분산시키며 흡수하여 머리에 가해지는 충격을 최소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본체 소재는 주로 딱딱한 폴리에스테르나 나이론을 합성한 소재가 주로 사용되었다. 충격 흡수 부위는 스티로폴폼 소재이다.

최근에는 충격흡수력이 보다 뛰어난 특수강화 소재 폴리카보네이트로 대체하여 본체와 충격흡수력을 증강시키면서 무게를 가볍게 제작한 제품과 압축강화 발포수지에 코팅필름처럼 보일 정도의 극도로 얇은 표피로 본체와 충격흡수 부분을 일체화시킨 제품도 나오고 있어서 본체와 충격흡수부분을 나누기가 어려운 제품도 있다. 헬밋은 소재도 중요하고 모양도 중요하지만 충격흡수성과 내 관통성이 뛰어나야 우수한 제품이다. 헬밋의 고정장치는 내부 밴드와 턱끈이다. 내부 밴드는 그물 형태의 테이프로 머리를 감싼 다음 뒤쪽에서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때 그물 형태의 테이프 대신 부드러운 압축발포수지를 사용한 제품도 있다.

머리 크기에 맞게 착용해야

헬밋을 착용할 때는 머리 사이즈 조절버튼을 이용하여 턱끈을 당겨 매는 것이 중요하다. 헬밋을 머리에 잘 맞게 착용을 하지 않으면 외부의 충격이 가해질 때 헬밋이 이탈되는 수가 있으며, 충격이 연속해서 가해질 때 2차 충격으로 머리가 손상될 위험이 있다.

실제로 헬밋을 착용하고 등반중에 1차 충격으로 헬밋이 머리에서 이탈되면서 이어 2차 충격에 머리가 손상되는 경우가 가끔 발생된다. 그렇더라도 헬밋을 착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머리의 손상은 적다. 요즘의 신제품들은 헬밋의 내부밴드와 턱끈에 쿨맥스를 사용해 착용감을 아주 높였다.

암벽등반시 직사광선을 받을 때 등반자의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을 것을 방지하기 위해 환기구를 내놓은 제품이 있다. 이외에도 보조 장치로 야간 등반시 헤드랜턴을 고정시키는 장치가 있으며, 제조회사에 따라 낙빙으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맑은 수지로 제작된 바이저, 목 부위를 보호하는 프로텍터, 겨울철에는 보온을 위하여 환기구를 닫는 장치가 고안된 제품도 있다.

국내에 시판되고 있는 제품 가운데서 페츨 사의 ‘메테오르’는 무게가 240 혹은 260그램으로 아주 가볍고 강도가 높은 제품으로 최소 경량등반에 적합하다. 캠프사의 스타텍은 폴리카보네이트 안에 방탄섬유인 케블라를 삽입하여 압착한 구조로 제작하여 낙석 등으로 인한 강한 충격시에 이중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머리 뒷부분 약간 내려온 구조는 충격시 목뼈까지 보호해준다.

그리벨사에서 제작된 헬밋은 낙빙으로 안면을 보호해주는 앞면 가드 기능과 목뼈를 보호하는 프로텍터 그리고 겨울등반시 보온을 유지해주는 라이너를 포함하고 있어 겨울철 빙벽 등반을 위주로 착용 하기에 좋다. 시판중인 여러 가지 다양한 헬밋 중에서, 자신의 등반 타입에 맞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은 등반시 항상 착용하여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위험을 대비하는 일이다. <구경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