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석탄화력 미세먼지 기준은 충남-인천보다 최대 4.6배 높아 "어머니는 혈액 투석을 해야 하고, 큰형수는 후두암이며 매형은 위암 3기에 뇌졸중이 왔다. 온 가족이 각종 질병을 앓고 있다."
경남 하동 금성면 명덕마을에 사는 이아무개씨의 가족 이야기다. 이씨 본인은 아토피가 생겼다.
이아무개씨는 26일 오전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가족의 처지를 설명하며 잠시 울먹였다. 그는 "소음과 악취, 비산먼지, 대형 차량으로 인한 피해가 많다"며 "주민과 가족들이 병들어 가는 모습을 볼 때면 두렵다"고 했다. | ▲ 사천·남해·하동 석탄화력발전소 주민대책협의회, 경남환경운동연합, 하동참여자치연대, 하동군 청년연합회, 금성면 청년회는 8월 2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석탄화력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 강화 조례 제정"을 촉구했다. ⓒ 윤성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왜 주민만 희생을 강요하느냐"고 한 그는 "경남도와 정부의 높은 분들이 하루 빨리 우리 마을과 같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씨는 이날 사천·남해·하동석탄화력발전소주민대책협의회, 경남환경운동연합, 정의당 경남도당, 하동참여자치연대, 하동군청년연합회, 금성면청년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대책을 촉구했다. 명덕마을은 하동화력 인근에 있다.
전국에 석탄화력발전소는 모두 60기가 있고, 이중 경남(하동 8기, 삼천포 6기)은 20% 정도를 차지한다. 그런데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전국 석탄화력으로 인해 생기는 초미세먼지 기준(2018년)의 경우 경남은 전국의 34%에 육박한다.
석탄화력발전의 배출 기준은 대기환경보전법 등에 적용을 받는다. 그런데 충남도와 인천시는 별도의 조례를 두고 있지만, 경남은 아직 관련 조례가 없다.
환경단체는 "경남의 석탄화력 미세먼지 기준이 충남과 인천보다 최대 4.6배까지 높다"며 "경남지역 주민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했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공동대표는 "석탄화력발전을 가동하지 않아도 우리나라의 전력 수급에 큰 문제가 없다. 탈황·탈질설비가 아직 없는 삼천포화력 5·6호기의 경우 전력 생산은 1기가에 그치기에 폐쇄해도 아무 문제 없다"고 말했다.
(사)기후솔루션 한가희 연구원은 "전국 석탄화력의 20%가 경남에 있다. 대부분 20년 이상 노후했다. 삼천포화력 5·6호기는 탈황·탈진설비 없이 20년 이상 가동되고 있다"며 "경남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높다. 비슷한 발전량을 자랑하는 당진화력 1·2호와 비교하면 3~4배 차이다"고 말했다.
그는 "석탄화력 배출 기준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정하는데, 시장·도지사가 필요에 따라 조례 제정을 통해서 강화된 별도의 배출 허용 기준을 정할 수 있다"며 "충남도는 2017년, 인천은 2016년 조례를 만들어 기준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2023년 경남은 충남에 비해 4.6배 더 많이 초미세먼지가 배출 허용되도록 되어 있다"며 "지금이라도 경남도는 조례 제정을 통해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경남도가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와 환경기준 강화해서 쾌적한 경남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창훈(명덕마을)씨는 "하동 명덕마을 주민들은 고통이 너무 심하다. 외지에서 손자들이 와도 냄새 때문에 지내지 못하고 바로 간다고 할 정도다"며 "대기는 유동적이기에 경남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미세먼지를 통한 주민 고통은 주민들의 생존권과 건강권을 침해하는 심각한 국가 폭력이다"고 말했다.
| ▲ 사천·남해·하동 석탄화력발전소 주민대책협의회, 경남환경운동연합, 하동참여자치연대, 하동군 청년연합회, 금성면 청년회는 8월 2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석탄화력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 강화 조례 제정"을 촉구했고, (사)기후솔루션 한가희 연구원이 도표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조례 제정 필요"
사천·남해·하동석탄화력발전소주민대책협의회 등 단체들은 회견문을 통해 "경남도는 즉각 노후 석탄화력 조기폐쇄안을 마련하고, 석탄화력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조례를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최근 전국적으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충남의 경우 석탄 발전소 수명을 25년으로 단축할 것을 주장하고, 보령 1·2호기 조기폐쇄를 산업부에 건의 하는 등 노후석탄 조기폐쇄를 도 차원의 공약으로 내세워 적극적으로 도민 건강권을 위해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남도의 상황은 다르다. 전국 석탄화력 설비의 20%가 위치한 경남에는 오염도가 높은 20년 이상의 석탄발전소가 대부분이지만 노후 석탄발전소 조기폐쇄에 대한 논의는 없다. 심지어 지난 7월 4일에는 탈황, 탈질 설비 설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삼천포 5, 6호기 가 재가동되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삼천포화력으로부터 500m 떨어진 고성군 하이면 군호마을 주민 80여 가구 중 약 17%인 29명이 암으로 사망하거나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하동화력 470m 인근에 위치한 명덕마을 400여명 주민들이 겪는 환경피해는 사단법인 환경정의가 꼽은 '2019 환경 부정의' 사례로 선정되기까지 하였다"고 했다.
협의회 등 단체들은 "경남 소재 석탄화력들이 충남·인천 지역 석탄화력에 비해 완화된 배출허용기준을 적용받는 이유는 충남도와 인천시가 조례를 통해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인 데 비해 경남도는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경남도는 2023년 기준 경남도 소재 석탄발전소의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이 충남도와 인천시 소재 석탄발전소 기준보다 최대 4.6배까지 완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기준을 강화하는 조례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협의회 등 단체들은 "김경수 지사와 경남도의회는 도민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는 진정성을 보이려면 미세먼지 저감 우선 대책으로, 오염도 높은 노후 석탄화력의 조기폐쇄안 마련과 석탄화력 미세먼지 배출허용기준을 강화하는 조례 제정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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