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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퍼펙트 맨' 조진웅 "투블럭+블루종 건달 변신, 울 뻔 했죠"
부서빠 | 2019.10.02 | 조회 374 | 추천 0 댓글 0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웃음’이라는 책이 있는데 첫 번째 챕터가 ‘진정성’이에요. 그런 묘사가 나와요. 어떤 남자가 있는데 대머리에요. 쓰고 있던 모자가 바람에 날아가서 그걸 잡으려고 하는데 계속 잡힐 듯 안 잡혀요. 남자는 진지한데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모습이 웃겨요. 웃기려고 하는 게 아닌데 웃기죠. 그게 진짜 코미디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하고 싶었어요.”

배우 조진웅은 인터뷰 시작부터 코미디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퍼펙트 맨’은 그런 그의 치열한 고민과 뜨거운 애정이 듬뿍 담긴 영화다. 조진웅은 인생 한방의 역전을 꿈꾸며 깡 하나로 버텨온 꼴통 건달 영기를 연기했다. “시나리오 고르는 기준은 언제나 사람이에요. 촬영지인 부산을 워낙 좋아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영기라는 캐릭터가 정말 자유분방하고 순진하잖아요. 그렇게 막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초등학생 때는 엄마한테 맞으니까 못했더라도 더 어렸을 땐 그러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죠.”

조진웅이 연기한 영기는 가진 거라곤 건강한 신체뿐인 건달이다. 조직 보스의 돈 7억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하지만 사기당해 몽땅 날려 위기에 처한다. 이때 두 달 시한부 인생을 사는 대형 로펌 변호사 ‘장수’(설경구)가 나타나, 시키는 대로만 해주면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모두 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한다.

“보통 사회생활을 할 때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내가 난데!’가 불가능하잖아요. 보이지 않는 계급, 선 이런 것들이 있으니까. 근데 영기는 아무 생각이 없어 보여요. 보통 원하는 게 있어도 절제하고 참는 게 어른인데 얘는 ‘이거 좀 먹어봐도 돼요?’가 아니라 ‘그래서 넌 몇 살인데?’ 이러면서 손으로 그냥 가져가서 먹는 거예요. 기껏 먹어놓고 ‘에이씨 야 맛없다, 이거 너나 먹어라’ 하면서 ‘퉤’ 뱉고요. 그런 막무가내인 모습이 웃기고 흥미로웠어요.”

영기와 장수, 두 남자는 성격부터 직업, 패션까지 완벽히 다르다. 첫 만남부터 삐걱거릴 수밖에 없다. 엘리트로 살아온 장수는 화려한 꽃무늬 블루종에 포마드 헤어로 건들거리는 영기를 보며 황당할 뿐이다. 하지만 장수는 ‘저 덩어리라면 내게 남은 2개월을 깔끔하게 정리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보험금을 걸고 제안을 한다. 장수가 시키는 일은 의외의 것들이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부산 홈구장에 앉아 넥센 히어로즈를 응원하고, 호텔 수영장에서 바나나 우유를 먹는 등 예상치 못한 장수의 돌발 행동들에 영기 역시 서서히 동화돼 간다.

“설경구 형님은 롤모델이었어요. 롤모델과 작업한다는 건 너무 행복한 일이죠. 영화 캐스팅 과정에서 약간 난항이 있었는데 경구 형님이 어느 날 저녁에 출연하시겠다고 연락을 주셨어요. ‘이야!’하면서 뛰어오를 만큼 기뻤죠. 형님이 중심을 딱 잡아주시면 저는 제 멋대로 해도 되니까. 형님의 리액션이 없으면 완성될 수가 없는 건데, 덕분에 제가 칠렐레팔렐레 하고 다녀도 방향만큼은 옳게 잡고 갈 수 있었어요. 진짜 나도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마 안 되겠지? 에이씨(웃음)”

특히 이번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낯설 만큼 색다른 조진웅의 이미지 변신이다. 화려한 꽃무늬 블루종, 폼나게 빗어 넘긴 포마드 헤어, 음악만 나오면 본능적으로 흔드는 어깨춤까지. 오프닝부터 파격적인 비주얼로 등장하는데 그야말로 시선 강탈이다. 클럽 조명 아래서 정체불명의 춤을 출 때엔 도저히 웃음을 참기 어렵다.

“투블럭을 처음 해봤어요. ‘연극개론’에 분장과 의상이 캐릭터로 가는 가장 마지막 숭고한 단계라고 나와 있는데 정말 그 도움을 많이 받았죠. 와 근데 처음에 머리 자를 때 울 뻔 했어요. 거울 보고 ‘이게 뭐야, 생양아치 아니냐?’ 했죠. 아홉 살 땐가, 어머니가 동네 미장원 데려가서 머리를 볶아줬을 때 울고불고 난리를 쳤었는데 나이 마흔 넘어서 다시 그 느낌이었어요. 옷도 저는 원래 모노톤만 입거든요. 이건 진짜 줘도 안 입는 옷인데(웃음) 근데 그게 연기에 힘이 되더라고요. 영기의 흥을 계속 끌어올리는 것도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이에요. 촬영 내내 브루노 마스의 ‘업타운 펑크’를 틀어놓고 업된 기분을 유지했죠.”

퍼펙트 맨’은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지만 중반부 이후 장수와 영기의 숨겨진 서사가 하나둘씩 선명해지면서 결코 가볍지 않은 사건들을 그린다. 그리고 엔딩에서 정점을 찍는 풍부한 드라마적 요소로 코끝 찡한 감동까지 안긴다. 새빨간 스포츠카처럼 뜨거운 열정을 가진 영기와 차갑도록 이성적인 장수의 대비를 보며 삶과 죽음, 또 평범한 일상에 대해 새삼 돌아보게 된다.

“설경구 형님이 시한부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죽음에 대해 좀 고민해보셨대요. 어느 날은 되게 허탈해지다가 또 어떤 날은 받아들여지기도 하고 결국 죽어봐야 아는 건가 싶더래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어떤 날은 ‘죽으면 죽는 거지 뭐’ 이러다가도 어떤 날은 상상만으로도 너무 두렵고. 그런 진한 감정이 상당히 깊게 내재된 작품이에요. 어려울 게 없고 아주 스트레이트하게 직구를 던지는 식이죠. 영기의 인생이 가진 것 없어 보이지만, 퍼펙트하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요? 그래도 영기는 자기 삶에 대한 인식이 있어요. 결국 중요한 건 삶의 인식인 것 같아요. ‘퍼펙트 맨’ 보시면서 두 배우들이 도대체 뭘 했나 한번 보시고, 진한 감정도 받아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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