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안도현 -
내 사는 마을 쪽에 쥐 똥 같은 불빛 멀리 가물거리거든 사랑이여 이 밤에도 울지 않으려 애쓰는 내 마음인 줄 알아라 우리가 세상 어느 모퉁이에서 헤어져 남남으로 한 번도 만나지 않은 듯 서로 다른 길이 되어 가더라도 어둠은 또 이불이 되어 아픔을 덮고 슬픔도 가려주리라
그대 진정 나를 사랑하거든 사랑했었다는 그 말은 하지 말라 그대가 뜨락에 혼자 서 있더라도 등뒤로 지는 잎들을 내게 보여 주지는 말고 잠들지 못하는 밤 그대의 외딴집 창문이 덜컹댄다 해도 행여 내가 바람 되어 문 두드리는 소리로 여기지 말라. 모든 것을 내어주고도 알 수 없는 그윽한 기쁨에 돌아앉아 몸을 떠는 것이 사랑이라지만 이제 이 세상을 나누어 껴안고 우리는 괴로워하리라
내 마지막 편지가 쓸쓸히 그대 손에 닿거든 사랑이여, 부디 울지 말라 길 잃은 아이처럼 서 있지 말고
그대가 길이 되어 가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