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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토크
급진전의 끗
민경희진 | 2012.01.10 | 조회 7,070 | 추천 10 댓글 0


저 진짜 며칠전에 어떤 지인(이하 주선남)을 통해 소개팅 자리가 하나 들어왔어요...

 

자기 주변에 몇 안 되는 괜찮은 사람이라며...

삼십대중반의 공무원을 소개시켜주신다 했어요.

차로 30분정도 걸리는 저희 옆동네에 산다했던 소개팅남은


저랑 나이차이가 좀 나서 그렇지 여타의 조건들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BUT, 처음엔 나이차가 좀 나서 거절했었어요.

저랑 여섯살 차이나던 분이셨는데,

결혼보다 연애가 중요하다 싶은 시기이고, 그는 그렇지 않을테니까...



하지만 사람일은 모르는 거라고 주변에서 하도 닥달하여
,

들어오는 자리 거절말자라는 생각에, ㅋㅋㅋ

결국 어찌어찌 그 문제의 소개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소개팅 당일.

별 기대없이 자리에 나갔어요. 

 

그런데 ?

 

얘기를 하면 할수록 ,

이 분....... 저와 은근 잘 통하네요..?

이런 남자 처음입니다.

 

, 역시 겪어보지 않고선 모르는 거구나.’ 싶은 마음에

요 앞에 했던 걱정들과 의심들이 사르르 녹아내리더라구요.  

 

서로 직장인인지라 바로 다시 만나진 못해도

며칠을 메신저와 카톡 및 전화 등등 매일 얘기를 나누게 됐습니다.

 

그 분과 생각도 잘 통하고,

말 하다 보니 공통점도 많고,

생각과 사상도 비슷한 것 같았습니다.

 

이 사람 괜찮은데?’ 싶더라구요..

그 때까지는... 그랬어요.. ㅜㅜ  

 

사실.. 대화가 통하고 취미생활도 비슷하고 관심사도 비슷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좋아하는 것들도

우리 둘은 좋아하는 게 비슷해서,

그때에 소외당했던 느낌도 비슷해서,

특히 정신적인 것부터 잘 통하다보니 급 친해졌습니다.

(정말 그런 사람 처음이었어요..

그런 사람 만나기 쉽지 않잖아요
.. ㅋㅋ ㅜㅜ)



정말로 완전 급급 친해져버렸어요
.

한번 만나보고, 통화만 하면서요..

 

안 지 얼마나 됐다고..

며칠만에 다음에 어디 가요.”다음에 뭐 해요~”

라는 말도 서로 아무 거리낌 없이 하게 됐습니다.

 

이거 진짜 괜찮은 인연인가보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밖에 안 봤지만,

말도 벌써 편하게 하는 사이가 되어 버렸어요.

완전 급진전이었습니다.

 

두번째 만남을 갖게 됩니다.


네, 소개팅 애프터였어요.




 

지극히 일상적인 데이트를 하게 됩니다.

영화를 보고 을 먹고 을 먹는 코스.

 

주선남이 가게를 운영하셔서.

주선남 주점에서 술을 먹게 되었어요.

 

한창 술을 잘 먹다가,

이 소개팅남 .

주저주저 하며 얘기를 꺼냅니다.

 

혼자 고민을 많이 했대요.

오늘 맘이 뒤숭숭 하다며, 제게 묻습니다.

 

오늘 나 이상하지 않아? 불안해보인다거나?”

 

대충 이 남자가 뭐라고 할 지..

어떤 류의 말인지 이 살~ 옵니다.

 

에이... 하지만 우리 이제 겨우 두번째 보는데 ?

너무 빠르지 않나? 부크럽게... ㅎㅎㅎ

 

한참을 분위기를 잡더니,


대뜸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냐 묻대요..

 

저 그냥 꾸밈없이 솔직하게 1%의 어떤 수식어의 붙임도 없이

그저 나쁘지 않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오늘이 두번짼데
, 느낌이 좋았다한들,


좋아죽겠어요!!!”까지는 아니었으니까요...

 

머뭇머뭇 하시더니 ,

6살 차이가 사주상 좋지 못하다는 말을 시작하더라구요. 

 

소개팅 하는 그 날도 6살차이 이야기를 농담처럼 하시더니,

이 얘기를 심각하게 다시 꺼내는데...

(첫만남에 남자가 사주타령하는 게 예삿일은 아닌데, 흘려들은 걸 급후회했습니다. ㅠㅠ)

 

집에서 사주를 맹신하시는 듯한 분위긴가 봅니다.

보통 3살차와 6살 차가 안좋다고 하면서,

삼중살인가 뭔가 있답니다.







샷시 삼중창도아니고.. ㅡ,.ㅡ

 

 

그 분 공무원이라고 했잖아요..

친구가 민원 쪽에 있다면서 


이름만 알면 생년월일과 가족관계, 주소등의 인적사항을 알 수 있다.”

고 농담같이 큰소리 친 적이 있었더랬죠.

그리고 저보고,

네가 말 안해도 난 네 생일을 알고 있다!!!!!”라고도 한 적도 있었구요.

 

-_-

 

생시는 몰라도 날짜찾아서 궁합정도 봤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는 덧붙이길, 모친께서 신기가 조금 있어

이런 각종 것들을 파악하는 데 어렵지 않다고도 이야기 하더라구요.

 

 

생시가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새벽시간은 자기와 안 좋답니다.

오전도 몇시 이후는 안 좋답니다..

 

 

?



..

(풉. 근데 좋은 시간대가 있긴 한거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하여 딱히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으니,

줄줄줄 늘어놓으십니다.

 

가족들하고 어머니를 생각했을 때, 넌 좀 힘들거같애.

너만 마음 고생해야 할꺼야.

그니깐 우린 안되는거야...

그래서 더 정들기 전에 오늘 얘기하기로 했어.”

 

 

-_-......................................................................?

 

 

아즈씨!!!!

혼자 어딜 글케 앞서가시나요!!!!!  

 

대체 혼자서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상상을 하고 나오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더니 추석연휴에,

어머니와 대판 싸웠다는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여섯살 어린 처자=저(..) 때문에, -_-

그 분은 어머니께 저를 집에 데리고 오면 어쩔거냐고 대들었지만,

ㅋㅋㅋㅋ

어머니는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엔!!!!!" 너무나 완강하게 거부하셨고,

나름 열심히 어필해봤지만 역시나 안될 것 같다는 얘기...

 

,.

 

제가 한살만 더 어렸거나 더 많았더라도 사귀자고 했을거라며...

제가 싫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랍니다 .

모두가 사주때문이며,

그래서 나중에라도 네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했어요..

 

 

하아........

이 아즈씨를 우얄꼬...

 

 

그리고 시작된 질문...

그래도 넌 나한테 호감이 있었던 거지? 맞지?”

내가 이런 말해서 혹시 뭐 실망했어?”

.. 오늘 정말 미안해.....”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해서

솟아나려던 情도 바닥이 나고

없던 情까지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정도입니다.

 

저기요.....

우리 이제 겨우 한 번 봤고

뭘 얼마나 아신다고 이러시나요....

 

계속 너 괜찮은거지?”

상처받은 거 아니지?”

.. 실망시켜서 미안해...”

우리 엄마는 못이겨.. 네가 많이 힘들꺼야...”하시길래 ,

 

그저 황당시련 나머지 멍한 표정으로,

아직 그럴 단계는 아니었는데요...--;;;”

라고 말하니 ,

 

네 맘 나는 다 안다는 표정.

 

그러면서 내가 조금 오바했나?” 하길래,

그렇다.”고 솔직히 대답해드렸으나, 한결같은 반응..

 

미안하다.






아니요.. 아즈씨.. 안 미안해 하셔도 되는디요... --;;;

 

계속 저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보시더니,

술은 많이 먹지 말아라..”

인상 좀 펴고 웃어봐.”

 

어흑..

뭘 해도 다 자기때문으로 간주합니다 ....

누가 보면 사귀다 헤어진 줄 알겠네요.... ㅋㅋㅋㅋㅋㅋㅋ

 

계속 그럴 단계도 아니며,

우리는 그럴 사이도 아니다 라고 말을 해도

그저 제 말은 아웃 오브 안중.

 

 

그렇게 씁쓸하게 애프터는 끝이 났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가게주인인 주선자가 무슨 일 있었냐며 전화가 왔어요.

? ? 일은 무슨일?“ 되물었더니,

소개팅남이 그날 주선자가 있던 가게로 다시 돌아오며,

"... 차였어." 라고 했다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더 황당해집니다 .....

마지막까지 멋있는 모습남기고 싶었던거니......

(저런게 멋있어 보이든...??)

 

 

그래서 내가 찬 거 아니다...

신기있는 어머니가 보신 사주 때문에 안되겠다신단다...

얘기했습니다.

 

주선남은 잠시간의 침묵 뒤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사실은.. 그 분이 너한테 얘기하기 전에,

이런 얘기할껀데 해도 될까 나한테도 먼저 물어보더라구..

그래서 내가 말렸거든..

근데.. 진짜... 했구나....”





아흑.. 그딴 얘길 떠들고 다니기까지 한거야...?


ㅜㅜ






그 날 부로,

소개팅남은 메신저 친구에서도 삭제.

연락처도 삭제.

카톡에 뜨는 것만도 꼴보기 싫더라구요..

말끔히 지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고 다음 날 ,

주선남에게서 나즈막히 메신저가 옵니다.

 

그 분이 너한테 아직도 너무 미안해 한다...

 

 

아 쫌... ㅠㅠ

 

 

, 간만에 잘 통하는 제대로 된 사람이었나 싶었는데

뭐 이런 하자... 에이씡...

 

부디 그 분 앞으로는 소개팅시 상대녀의 생시부터 미리 알아내어 (년월일은 알아서 찾아내더만)


사주 잘 맞는 녀성분만 만나시길,

그래야 또, 다른여자 붙들고 이런 엄한 소리 안하실테니까...

 

 

아흑.. 뭐야, 이게..

 

 

사연 끗이에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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