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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를 길들인 말
싼타오 | 2020.03.27 | 조회 388 | 추천 1 댓글 3

어느 마부가 일 잘하기로 소문난 말 한마리를 사 왔다.
그런데 소문과는 달리 말은 마부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다른 말들은 채찍으로 등허리를 두어 번만 후려쳐도 말을 잘 들었으나 그 말은 그렇지 않았다.
마부는 주인이 바뀐 탓으로 말이 아직 길이 들지 않아서 그런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처음엔 기둥에 묶어 잡도리를 해보기도 하고, 생당근과 익은 콩을 여물로 먹여 보기도 하고, 들에 나가 풀을 뜯어먹게해 보기도 했다. 또 마구가 몸에 맞지 않아서 그런가 싶어 마구를 바꾸어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꼬박 사흘을 굶겨 보기도 했다. 그러나 말은 여전히 마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부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이번에는 말을 마구 두들겨 패 주었다. 주먹으로 패고 발로 차다 못해 채찍과 몽둥이로 온몸에 몸이 시퍼렇게 들 정도로 두들겨 패 주었다. 그래도 말은 마부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날 밤, 마굿간에 있던 조랑말이 참다못해 그 말을 보고 말했다.
˝넌 정말 어리석구나. 네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쭉 지켜봤다만, 너 어쩌자고 그렇게 맞기만 하는 거니? 나처럼 주인한테 두어 대 맞고 말 잘 들으면 더 이상 얻어맞지도 않을텐데, 제발 그러지마. 옆에서 보고 있기에 참 딱해.˝ 그러자 조랑말을 보고 그 말이 말했다.

˝넌 맞는 게 몹시 두려운가 보구나.˝
˝응, 두려워. 넌 두렵지 않아?˝
˝나도 두려워. 매가 두렵지 않은 말이 어디 있겠니?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매를 맞으면서 일을 할 수는 없어. 무조건 때리기부터 먼저 하면서 일을 시키는 마부의 나쁜 버릇을 고쳐 놓아야만 해. 그래야만 내가 맞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어. 난 그 버릇은 꼭 고쳐 놓고야 말테야.˝
˝그러지마. 그러니까 네가 주인한테 자꾸 맞는 거야.˝ ˝아냐, 맞아야만 일을 하면 계속 맞게 되는 거야. 난 맞고 살진 않을 거야. 맞는 것을 두려워하면 결국 맞고 살 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 맞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돼. 맞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나중엔 결국 맞을 일이 없게 돼.˝ ˝글쎄, 주인한테 늘 맞고 있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구나.˝ 말은 여전히 마부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부가 아무리 채찍과 몽둥이로 두들겨 패도 말은 고분고분 마부의 뜻을 따라 주지 않았다.

마부는 고민이 되었다. 비싼 돈을 주고 사온 말이 말을 듣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일 수밖에 없었다.
말을 때리는 데에도 지친 마부는 어느 날 말을 판 전 주인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내가 속아서 산 것 같소. 일을 잘하기로 장안에서 소문난 말이라고 해서 다른 말의 두 배나 되는 비싼 값을 치르고 사온 말이 도대체 내 말을 듣지 않으니 이게 어찌된 일이오? 아무리 때려도, 심지어 채찍으로 피멍이 들도록 때려도 말을 듣지 않으니 난 이 말을 도로 당신한테 팔고 싶소. 나를 속인 대가로 이 말을 당신이 사시오. 내가 준 값 그대로 다 쳐서 말이오.˝

그러자 전 주인이 무릎을 탁 치면서 말했다.
˝아뿔사, 내가 당신한테 아주 중요한 말을 해주지 않았군요. 그 말은 채찍 앞에서는 절대로 말을 안 듣는 말입니다. 그 말은 절대 때려서는 안돼요. 내가 그 말을 해준 다는게 그만 깜박 잊고 말았군요.˝
그 말을 들은 마부는 얼른 집으로 돌아와 말이 보는 앞에서 채찍과 몽둥이를 분질렀다. 그러자 그날부터 말은 마부의 말을 잘 들었다. 소문대로 그 말은 아주 일 잘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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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j123 | 추천 0 | 03.27  
좋은글 감사합니다
0    0
행복한나를 | 추천 0 | 03.27  
좋은글이네요^^
0    0
북기 | 추천 0 | 03.27  
보고갑니다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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