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길 / 정연복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흘러간다
낮은 데서
더 낮은 데로 흘러간다.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곳에서는
한동안
숨 고르며 머무른다.
내가 찰 만큼 찼다 싶으면
허리띠 얼른 동여매고
다시 또 낮은 데를 찾아
기쁘게 흘러간다.
낮아지니까
끊임없이 낮아지니까
마침내 평화의 바다에
다다른다.
겸손하고도 굳센
물의 길
끝없이 깊이를 찾아가는
아름다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