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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육아 | |||||||||||
식탐쟁이 3살, 섬나라에 사는 이야기. 쪼꼬쥬스 | 2011.10.02 | 조회 15,084 | 추천 31 댓글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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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전에 네살짜리 친구 딸(얘는 한국아이임)이 나를 보고
"이모, 안냐세여~" 라면서 배꼽인사를 꾸뻑-했음.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그만 친구 딸을 꽉 깨물어 줬음.
좀 세게 물었나봄.
애가 갑자기 얼굴이 흙빛이 되더니, 결국 대성통곡을 하였음...-_-;;;;;;;;;;;;;;;;;;;;;;;;
어쨌든 그 모습을 본 나는 문득 건방지기 짝이 없는 내 딸의 모습이 떠오름.
인사하라고 하면, 건들건들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올리면서
"와쌉-"
....이러고 있음.
지 아빠한테 고대로 보고 배웠음. -_-
근데 이거 정말 큰일임.
이게 뭐 나나, 다른 동네 꼬마들한테만 그러면 상관없는데
나이 지긋하신 분들께도 그 건방진 와쌉이 마구 작렬함. =_=;;;
간단히 설명하자면
우리 남편은 8남매중 장남이며,
시조부님에게도 장손임. 남편의 8남매와 사촌 12명중 (토탈 20명) 중에 첫째라는 말씀.
게다가 그 20명 중에 유일하게 결혼해서 자식이 있으니
울 딸이 첫번째 증손녀가 되는거임.
얼마전에 시조부님 댁에 들렸을때
시할머님이 우리딸을 반갑게 맞아주셨을때였음.
우리딸,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건들건들턱에 엄지손가락까지 치켜세우면서
".............썹썹~"
한번도 아니고 두번이나 썹을 찌끄렸음. ㅠㅠ
********* 본인이 사는 나라는 카톨릭 국가임. (필리핀이냐구 물으시는데 필리핀 아님)
여기 문화중에, 어른들을 뵐때 하는 '아멘' 이라는 인사가 있음.
어른이 손등을 내밀면
그 손에 코를 대면서 남자분께는 '뇬' 이라하고 여자분께는 '뇨라' 라고 하는것임.
그러면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God bless you)' 라고 말해줌.
우리 시할머니는
예절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시는 분임.
하나뿐인 증손녀가 당연히 아멘을 하리라 여기셨나봄.
우리 딸이 차에서 내려서 쪼르르 증조할머니에게 뛰어가니깐
안아주시기 전에 먼저
"아멘 해야지??"
하시며 손을 내미셨음.
그러자 우리딸,
증조할머니 손을 주먹으로 팡- 쳤음!
그래, 당신들 생각하는거 맞음..
그 왜 미국영화보면 남자들끼리 주먹 팡- 치는 거 있잖음?? 파운딩이라고...
그거를 증조할머니에게 한거임...그것도 아주 공격적으로=_=;;
당황해서 얼어버린 증조할머니에게 우리 딸이 한 한마디는...
"원몰타임???"
....................................................................... 그때 그 정적이란...
아직도 생각하면 등에 땀이 주르륵 흐름...;;;;
********** 우리 딸은 내 노트북으로 애니메이션 보는것을 좋아함.
밖에서 뛰어놀다가 지치거나,
무지하게 더운날엔 꼭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며
"엄마- 와취 무뷔~ 와취 무뷔~~" 라고 쫄라댐.
보유하고 있는 만화는 팅커벨, 뽀로로, 도라, 바비공주, 볼트...등등.
특히나 볼트만 틀어주면 맛이 훅 가는데..
볼트가 짖으면 우리 딸도 같이 짖음 =_=;;
머리가 커가면서
언젠가부턴가 자기가 보고싶은걸 틀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자기가 노트북을 켜고 아이콘을 더블클릭한 후에
엔터를 누르면 전체화면이 되는 스킬을 터득함. -_-;
그런데 어느날이었음.
내가 뽀로로를 틀어주고 깜빡 잠이 들었는데
이상야리꾸리한 소리가 들라는거 아니겠음????
아응- 흥흥--- 오마이지져스.....기타등등....(눈치채셨을거라 생각함)
이게 왠 고양이 응가하는 소리람...=_=
부스스 눈을 떴는데
우리 딸내미가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던 노트북 화면에는
온통 맨살뿐인거 아니겠음?!!!!!!!!!!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확 닫아버렸음.
남편이 어제 다운받고나서 꼭꼭숨어라 폴더이 안숨겼나봄-_-.....
화를 내야 될지, 아니면 모르는 척을 해야 할지, 뭐 어떻게 해야할지
그 짧은 시간동안 머리를 막 굴렸음....
아직도 그 스피커에선 고양이 응가하는 소리가 막 흘러나오고 있었음...;;
근데 우리 딸이 스윽- 노트북을 열더니
화면을 가르키며
"와찌댓(what's that?)?????" 이라고 물었음...
보통 다른 엄마들은 이런 경우를 아이가 초등학교쯤 들어갔을때 겪는다던데...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아기 만드는 중이라고 얘기하면 얘가 알아들을라나..-_-;;
난감해 하고 있는데
우리 딸이 아주 씩씩한 목소리로
"퐈이팅???"
걔네 둘이 싸우는 거냐고 물어봄.
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아가들이란 엉뚱하고 기발했음.
세살짜리 우리 딸에게는 그 뇨자남자가 싸우는 걸로 보였나봄.
나는 아주 기쁘게 대답했음.
"응 맞아요 우리 아가, 이 사람들 싸우는 중이야~~~ "
그리고선 얼른 동영상을 끄고
눈 정화를 위해 뽀로로를 틀었음.
그 일은 그렇게 별 탈 없이 지나갔음.
물론 그날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내가 자근자근 죽기 직전까지 밟아줬음 -_-+
그리고 며칠 후였음.
우리가 시아버님댁에 놀러갔는데
시아버지는 안계시고 우리 시동생 두명만 있었음.
한명은 현재 10살짜리 남자아이임.
그리고 한명은 17살인데, 방안에서 잘 안나오는 녀석임.
쥬스랑 빵도 얻어먹었겠다
심심했던 우리 딸은 집을 탐색하기 시작했음.
한동안 여기저기 막 뛰어다니다가
한참 조용하나 싶었음.
우리 17살짜리 시동생 방에서 딸이 슬금슬금 기어나왔음.
시무룩한 표정이었음.
"베이비, 왜그래?"
"삼촌 매~앳(mad)."
"왜? 또 뭐 건드렸어?"
"노노-"
"그럼 왜 삼촌이 화내?"
"몰라. 삼촌 와취 무뷔. 퐈이팅."
"??????"
"퐈이팅 무뷔. 삼촌 와취."
그랬음.
도련님이 혼자 야-_-동을 보고 계셨던거임.
집에 어른이 없으니 방문을 안잠궜는데
우리 딸이 조용히 들어가서 한참 지켜보다가
또 "와츠댓~?" 하고 물은거임.
도련님, 당황해서 컴퓨터 껐으나 이미 게임오바.
우리 딸은 입이 아주 가벼움.
퐈이팅 무비 삼촌이 보고 있다고 나한테 다 얘기해줌-_-;;;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남편은 이미 빵 터졌고, 나는 안 웃으려고 허벅지를 막 꼬집었음.
우리 도련님은 얼굴이 빨개져서 확 집밖으로 나가버렸음.
그 이후론 우리 도련님 방문이 항상 잠겨있음=_=
시아버님이 화를 내시길래
질풍노도의 시기니 그냥 놔두라고 말씀드렸음...
우리 딸이지만
가끔 정말 골때림. -_-
이것 말고도 무수히 많은 얘기가 있으나
다음을 기약하겠음.
섬나라의 하루는 길고기니깐 ^^
그럼 빠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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