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드칼럼니스트인 나에게 ‘식사’란 단순히 배를 채우기보다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의 정성을 느끼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이야기와 정을 나누는 수단이다. 그래서 혼자 하는 식사는 외롭고 즐겁지 않다. 가정주부도 아닌 버젓이 직업이 있는 그것도 유부남인 나에게 무슨 ‘집에서 혼자 식사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혼자 밥 먹는 일이 많다. 저녁을 굶은 채 늦은 밤 퇴근해서 들어올 때도 혼자 식사를 할 수 밖에 없고, 휴일 아침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아내와 아이들은 나에게 반항이나 한 듯 모두 놀러나가고 없을 때, 아점은 물론 심지어 저녁도 혼자 차려 먹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혼자 먹는 것을 즐기는 노하우를 찾아야 한다. |
냉장고에 있는 밑반찬 몇 가지를 주섬주섬 꺼내고, 아침에 먹다 남은 찌개를 데운 후 전기밥솥에 남은 밥을 담아 먹는데 식사 시간이 어찌 행복하겠나?
끼니를 때운다고 생각하지 말고, 나에게 포상을 하듯 오로지 나를 위한 맛있는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다들 한번쯤 경험한 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나를 위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정성껏 만드는 것도 나름 즐겁고 행복하다.
그런 의미에서 나 홀로 디너의 첫 번째 메뉴로 ‘알리오올리오’라는 스파게티를 추천한다. 흔히 ‘스파게티’하면 손이 많이 가는 크림소스나 토마토소스를 생각하기 쉬운데, 알리오올리오는 그냥 마늘 향을 낸 올리브오일에 면을 볶기만 하면 된다. 굳이 비교하자면 인스턴트 봉지라면보다 더 쉽다. 참고로 혼자 하는 식사에 절대 라면은 피하라고 소리 높여 외친다. 라면 끓이기를 요리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각종 화학첨가물에 염분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있어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나에게 선물하는 소중한 시간에 어떻게 몸을 망치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라면보다 더 쉬운 알리오올리오 만드는 법을 전수하겠다. 준비물은 스파게티 면, 올리브오일, 통마늘 4~5개, 천일염 약간, 파슬리가루 그리고 물만 있으면 된다. 재료가 많지 않은 만큼 재료 선정에 신경을 쓰라고 말하고 싶다. 스파게티 면은 보통 5인분을 분량으로 500~550g이 한 봉지에 담겨있다. 시중에 많이 판매되고 있는 고급 스파게티 면인 데체코(De Cecco) 제품을 추천한다. 1인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아무리 비싸도 1천원을 넘지 않는다. 또 올리브 오일은 보르게스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을 추천한다. 500ml 기준으로 마트에서 7천~8천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소금도 정제염 말고 천일염으로 준비하자. 국산 최고급 천일염도 3kg에 2천~3천원으로 저렴하다. 마늘은 집에 있는 국산 통마늘로 준비하고, 파슬리가루가 없다면 생략해도 괜찮다.
스파게티 면을 맛있게 삶기 위해서는 물과 소금의 비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은 스파게티 면 분량의 10배, 소금은 1/10배를 넣으면 된다. 감이 잘 안온다면 그냥 큰 냄비에 물을 가득 담고 면을 삶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물양을 넉넉하게 잡고 면을 삶아야 눌어붙지 않고 면발 가닥가닥 수분이 잘 흡수된다. 끓는 물에 8~10분간 삶은 스파게티 면은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그리고 달군 프라이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칼등으로 으깨거나 두껍게 저민 마늘을 넣어 노릇하게 볶는다. 올리브오일에 볶은 마늘은 이미 향이 빠진 상태라 걷어내는 것이 원칙이지만, 마늘을 좋아한다면 굳이 빼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삶은 스파게티 면과, 면 삶은 물을 한 국자 떠 넣은 다음 센 불에서 국물이 졸을 때까지 끓이며 볶는다. 소금으로 간을 한 뒤 마지막으로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면을 한 번 더 볶은 다음 불을 끄고 파슬리 가루를 넣으면 끝이다. 담백하고 은근히 끌리는 깊은 맛 때문에 한 번 맛 들면 또 먹고 싶은 것이 바로 이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다. 여기에 맥주와 화이트와인을 반반씩 넣은 맥주칵테일을 곁들인다면 그야말로 천국이 따로 없다. 청승맞게 혼자 웬 술이냐고? 자칫 우울하기 쉬운 나 홀로 식사에 술만큼 기분을 업 시켜주는 것이 또 있겠는가. 오늘 당장, 혼자 식사를 해야 한다면 알리오올리오와 시원한 맥주 칵테일로 호사를 누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