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올해 나이 스물넷인 대학생 딸입니다.
저희 부모님이 감정의 골이 점점 더 깊어져만 가는데,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조언을 얻고 싶어요.
저희 부모님은 그동안 들어온 얘기에 의하면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에 골인한 건 아니었다고 해요.
하지만 두 분 다 성실하고 성품도 모나지 않으시고, 그렇게 서로 아무것도 없이 단칸방에서부터 함께 의지하며 살아오셨어요.
26년동안 결혼생활 하면서 저와 한살터울 오빠 이렇게 넷이서 한 가족,
조금 가난하고 돈에 치여도 우리 가족은 화목하다고 살아왔는데..
저희 아빠는 건축현장에서 일하시는 기술자이신데,
이제 나이도 쉰을 넘기셔서 갈수록 힘들어하세요. 몸도 너무 안좋아진데다가 매일 심한 기침에 복통도 있다고 하시고..요새는 밥도 잘 못넘기시는데,
한 가지 이해할 수 없는 건 건강을 너무 안 챙기신다는거에요.
담배도 하루에 두세갑씩 피우고 술도 매일 드세요.,
술도 자랑할만한 정도로 잘 드셨는데 이젠 평소 주량 반만 드셔도 몸을 휘청거리고..
담배피고 술마시는 건 제가 태어나서 본 아빠의 매일매일의 모습이긴 했는데,
자기 몸이 그러면서 정말 일부러 그러나 싶을 정도로 더 피고 더 마시고 그래요..
그리고 평소 자주 하시는 말씀..난 오래 살 생각없다..이러세요ㅠ
그리고 얼마 전부터 엄마랑 며칠동안 말도 한 마디 안하고..저희들하고는 원래 대화가 거의 없어요..
아빠랑 저 다 무뚝뚝한 성격.ㅠ
그러다보니 아빠가 섭섭해하는 것 같아 애교를 떨래도 20년넘게 못그런게 갑자기 하려니까 정말 어렵고 용기가 안나더라구요..
엄마는 아빠한테 먼저 말 붙이고 대화도 해보려하는데 묵묵부답으로만 일관하시니까 엄마도 지쳐서 말 안하고..그렇게 관계가 더 얼어붙고..
전 엄마랑은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몇달전에 저희 엄마가 바람을 폈다고 오해받은 적이 있어요.
모르는 남자가 공중전화로 저희 아빠한테 전화를 해서 바람피고 있다고 아주 그럴듯하게 말해서 저희 아빠가 그걸로 큰 충격을 받으셨나봐요..
엄마는 억울하고, 아빠는 믿음이 깨지고...
정말 아무 일 없었거든요, 그래서 그러다 서로 대화하셔서 풀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왔는데,
평소 속내를 잘 얘기안하는 아빠가 그 일을 계속 맘에 담아두고 계셨나봐요.
오늘은 저녁을 먹다가 아빠가 엄마에게
내가 빨리 죽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자꾸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든다고..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전 방에 있다가 들었는데..
엄마는 또 그 말에 충격을 받고ㅠㅠㅠ
엄마는 그래도 아빠 건강 걱정에 신경도 많이 쓰고..요새 더 스트레스 받으셨거든요..몸도 안좋은데 자꾸 술먹고 오고..뭘 차려줘도 안먹고..말을 걸어도 안하고..
근데 표현이 서투니까 걱정하는 마음이 표현이 안된건지, 아빠가 많이 밀어내는건지...
두 분이 대화가 서로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요
한 쪽이라도 마음을 열고 얘기를 들어주고 이해해주어야 할텐데
두 분다 이해받길 바라는 마음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제가 나서기도 뭐하고..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정말 가시방석이에요ㅠ
아깐 엄마가 너무 구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서 정말........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 나이에 비해 이런 걸 담담히 받아들이질 못하나봐요 ㅠ
부모님 사이가 이럴 때..우리 자식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